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부산 하윤수 후보(왼쪽)와 충북 윤건영 후보가 2일 각자의 선거캠프에서 환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뉴스1
교총 출신 교육감 당선…보수 결집력 강화 주목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전교조와 같은 교원 노동조합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진보 대표 단체인 전교조에 맞서는 보수 대표 단체로 인식돼왔다.
지금까지 교총은 14만여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면서도 전교조(5만명 안팎)같은 조직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교총 관계자는 “단결권, 단체교섭권이 있는 것은 노조와 똑같지만, 교총은 근본적으로 교사를 노동자로 보기보다 전문직으로 보고 있다”며 “민주노총 등 상급노조가 있는 전교조에 비해 구속력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교총 출신 후보자들이 현직인 진보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기, 제주에서도 보수 단일화를 통해 당선자를 낸 만큼 향후 교총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의 결집력이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전교조 OUT' 보수 교육감 vs "대선 후광, 교육적 가치 없다"

지난 5월 17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보수 후보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진보 측에선 벌써부터 보수 교육감 당선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정책 없는 교육감선거에서 보수의 약진은 대선의 후광일 뿐, 교육적 가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진보 교육감들은 보수 교육감들을 견인하며 교육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직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교육감 선거를 통해 보수·진보 모두 진영 간 결집이 관건이라는 걸 인식하게 됐기에 대립 구도는 더 굳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교육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교육 현장에서도 ‘동일 성향 교육감 재창출’만을 위해 진영 간 대립각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오는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시도교육감협의회 몫의 한 자리를 놓고 교육감들 간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진보 교육감을 표방하는 당선자가 9명으로 보수 교육감 당선자보다 한 명 더 많지만, 국가교육위에 누구를 추천할 것인지를 두고 주도권 다툼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단체 관계자는 “교육감협의회 회장이 국가교육위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추천할 것인지 등을 놓고 대립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까진 진보 교육감이 절대 다수라 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제는 협의회 내부는 물론 중앙정부와도 대립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감 성향은 '지역맞춤'…개인 권한도 줄여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진영 간 갈등을 촉발시키는 인사·예산권 등을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교육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주어지다보니 진영 대립이 더 격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인사권을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체계화하고, 예산권은 단위학교로 더 이양하는 등 교육감에 집중된 권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