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기업과 자영업자가 은행과 제2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돈이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뉴스1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644조7000억원이다. 전 분기 말보다 63조9000억원이 늘며, 지난 2020년 2분기(69조1000억원)에 이어 증가 폭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전 분기 증가 폭(50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는 208조9000억원(14.5%) 늘었다.
대출금 증가를 견인한 것은 제조업이다. 1분기 말 제조업 대출금 잔액(428조5000억)은 전 분기보다 13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 규모가 전 분기(2조8000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제조업은 연말에 재무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금을 잠시 갚았다가 1분기에 다시 빌리면서 대출금 규모가 늘어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1분기 대출금 증가 폭은 두드러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이 대출금을 늘린 것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자재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국제 유가 상승세가 계속된 데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더욱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면전이 시작되면서 곡물 가격과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또한 올해 들어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의 가격이 더욱 오르며 제조업의 부담을 가중한 영향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달러 당 원화 가치는 1205원으로 지난해 3분기(1157.4원)와 4분기(1183.2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비스업의 대출금 증가 폭도 컸다. 1분기 말 서비스업 대출금 잔액(1073조6000억원)은 전 분기 말보다 46조4000억원 늘었다. 2020년 2분기(47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대면 산업의 업황이 나빠졌고, 정부의 금융지원이 늘면서 대출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세부 업종별로 숙박·음식업의 대출금은 2조5000억원이 증가해 전 분기(1조9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고, 대형마트와 면세점의 업황 부진으로 도·소매업(11조8000억원)의 대출금도 전 분기(10조5000억원)보다 늘었다.
1분기 저축은행·상호금융 같은 제2금융권인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도 35조8000억원이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자영업자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려간 영향이 크다”며 “특히 지난해 말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제2금융권이 기업대출을 늘린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