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가계 빚이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36개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었던 1년 전과 비교해도 대출 증가세는 뚜렷하게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년 전(103.6%)보다 0.7%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영국(-7.2%포인트), 미국(-4.7%포인트), 일본(-4.6%포인트) 등 주요국이 4%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가 된다.
한국 가계 빚 원인은 '집값 상승'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가계 빚 증가세가 꺾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 경제 규모를 웃도는 가계 빚은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이들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빚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은 경기에 영향을 주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05%로 2014년 3월(연 4.09%)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한 영향이다. 한은 분석결과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3조원 정도 늘어난다.
기업 부채 증가 속도는 베트남 이어 2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IIF에 따르면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비율은 1분기 116.8%다. 홍콩(281.6%), 레바논(223.6%), 싱가포르(163.7%), 중국(156.6%), 베트남(140.2%), 일본(118.7%)에 이어 조사대상 중 일곱 번째로 높았다. 특히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5.5%포인트 뛰면서 베트남(10.9%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오는 9월 정부의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ㆍ원리금 상환 유예조치가 끝난다는 점도 대출 부실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해당 조치가 끝나면서 빚 못 갚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속출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해당 대출 잔액은 133조4000억원(70만4000여건)에 이른다.
부채가 ‘빚 폭탄’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심리적으로 안정돼 가계 대출의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금리 상승기에 개인과 자영업자들의 채무 조정 등을 둘러싼 정책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