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값이 달러당 132엔을 뚫고 추락했다. 20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연합뉴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급격한 엔화 약세의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 확대다. 글로벌 투자자가 엔화를 팔고 미국 달러로 표시된 미국 국채 등을 사들이면서 엔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일(현지시간) 연 3.049%로 한 달여 만에 3% 선을 재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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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대다. WSJ에 따르면 6일 일본 10년물 금리(연 0.245%)는 올해 들어 0.173%포인트 상승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돈줄 죄기(기준금리 인상 등)에 나서지만 일본은행 홀로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한 영향이 크다. BOJ는 10년물 국채금리 상한을 0.25%로 정하고, 이 이상 오르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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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 중 하나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경상수지 적자 발생하면 일본 기업은 대금 지급을 위해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야 한다. 엔화값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Fed가 고강도 긴축을 예고한 만큼 엔화가치가 달러당 135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긴축 기조에 미 국채 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지속할 수 있다”며 “엔화값은 단기간 달러당 135엔선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다 다쿠야 일본 외환닷컴종합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은 현재 선진국 중 유일하게 긴축 통화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통화완화·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엔화가치는 달러당 135.15엔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가치 하락을 막으려면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조만간 정책을 바꾸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섣불리 방향을 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여전히 회복 중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직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엔화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100엔당 원화값(원·엔 재정환율)은 전날보다 10.6원 오른 946.1원에 마감했다. 원화가치가 100엔당 950원 아래로 하락한 것은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명희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일본 통화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엔화가치는 더 떨어지고, 단기간 눈에 띄게 반등하기도 쉽지 않다”며 “일본 여행이나 유학 등 실수요 목적이 아니고선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긴 어렵다”고 조언했다.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44.31포인트 하락한 2626.34로 마감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5.원 내린 1257.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뉴스1
한편,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은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7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1%포인트 오른 연 3.232%에 마감했다. 종가기준 2012년 6월 8일(연 3.25%) 이후 최고치다. 10년물(연 3.538%)도 8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달러 강세로 원화값은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5원 하락한 달러당 1257.7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