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에 벌써 ‘이준석 대 윤핵관’의 집안싸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6·1지방선거 개표 종료 직후 이준석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가 갈등의 단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으로 내정된 천하람 변호사는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직전에 룰(규칙)을 만지면 더 큰 오해를 받기 때문에 총선을 2년 정도 앞둔 지금이 룰을 바꿀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벌써, 왜 ‘공천’인가
‘이준석 혁신위’는 ▶당 조직 정비 ▶공천시스템 개선 ▶당원 자질 향상 등 세 축의 개혁 과제를 내세운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7일 중앙일보 인터뷰)라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천 변호사가 이날 공천룰 조기 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건 이 대표를 위시한 당내 ‘소장파’들의 공천 주도권 선점 신호탄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터컨티넨탈 만찬장에서 열린 고려인협회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와 공천 개혁에 대해 구체적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면서도 “당원과 지역주민의 의사가 중요한 지방선거는 100% 경선 원칙이 맞고, 총선은 당헌·당규에 정해진 20% 비율 이상으로 전략공천이 되면 문제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머지 지역은 다 경선 중심으로 가야 한다. 결국에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윤핵관’측은 이준석 대표가 갑자기 공천 개혁 얘기를 꺼낸 건 결국 ‘자기 장사’를 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옥새 파동’의 악몽
당시 김무성 대표는 공천 후보자 추천서에 찍어야 하는 당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기자회견 후 돌연 지역구(부산 영도)로 내려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전직 의원은 “친박 세력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박근혜 아바타’로 불리며 경선에서 친박계가 유리하도록 개입하면서 자중지란이 벌어졌다”며 “그 결과 180석을 얻을 수 있었던 선거에서 122석을 얻는 데 그쳤고, 이 파동이 계기가 돼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구속까지 당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대표 시절이던 2016년 3월 부산 영도구 자신의 사무실에 갔다가 영도대교에 올랐다. 대표 직인을 가지고 갔다는 소문 탓에 소위 ‘옥새 파동’이 벌어졌다. 송봉근 기자
‘윤핵관’에 쏠리는 눈
때문에 ‘윤핵관’측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2년뒤 총선을 통해 친윤계의 확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큰 데 그 과정에서 또다시 공천룰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권 원로로 꼽히는 전직 중진 의원은 “승리로 끝나 뒷말이 없지만,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전과자가 다수 포함되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을 기치로 대통령이 됐는데, 정작 총선 공천이 공정하지 않으면 보수 진영의 세포 조직이 또다시 분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지도부들이 입장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6.07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징계를 결정할 당 윤리위원회에는 벌써 전운이 짙게 끼어있다. 이 대표 출국 직전부터 당내에서는 “윤리위원 중 친윤 성향 위원들이 대표 징계를 강하게 주장한다”(윤리위 관계자)는 말이 돌았다.
키를 쥔 ‘윤핵관’들은 일단 공개 움직임을 자제 중이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17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귀국한 뒤 이렇다 할 공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항상 당 구성원들로부터 비판받는 자리에 있다. 그런 비판 자체를 권력다툼으로 비하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 구성이 조금 성급했다”고 말한 걸 하루 만에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