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 증발' 코인러 벼락거지 됐는데...'루나 키맨' 한달째 잠적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합수단은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뉴스1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합수단은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7일 익명의 투자자가 8500만 달러어치의 테라USD(UST)를 매도했다. 암호 화폐의 ‘리먼 사태’라고 불리는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일주일간 증발한 금액은 약 58조원. 수많은 코인러(코인투자자)들이 ‘벼락거지’가 됐다. 지난달 19일부터 피해자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수사는 고발 하루 전(지난달 18일)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담당한다. 새 정부 들어 부활한 수사팀과 사상 초유의 코인 사기 의혹 사건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형국이다. 폭락 사태 한 달, 수사엔 진척이 있을까.

검, 한 달째 장본인 신병 확보에 집중

현재까지 사건의 장본인이자 피고발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소재 파악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권 대표는 테라 폭락 사태가 있기 전엔 테라폼랩스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 등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국내에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핵심은 피의자의 신병 확보다. 현재 권 대표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안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 수배나 범죄인 인도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절차적인 문제로 신병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릴 공산이 크다.

지난달 19일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스1

지난달 19일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스1

법조계 일각에선 2019년 라임 사태와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사건의 ‘몸통’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해외로 도피해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가 임의 귀국을 거부하면 사실상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며 “라임 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권 대표의 친척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싱가포르에 있고 현재 한 로펌에 사건을 맡겼다. 수사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로펌은 권 대표 사건과 관련해 “고객의 동의 없이 수임 여부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사기와 유사수신, 가상화폐에 적용될까

권 대표가 고발된 혐의는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그러나, 각가의 혐의는 법률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사기죄의 경우, 권 대표가 스테이블 코인의 알고리즘에 하자가 있었는지, 약속했던 앵커 프로토콜 ‘연 고정 이자율 19.4’%’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걸 인지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자를 알고도 고의로 알리지 않았는지가 입증돼야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김종복 대표 변호사(가운데)가 지난달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으로 테라 및 루나 가상자산 피해자들을 대리해 고소·고발장 접수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김종복 대표 변호사(가운데)가 지난달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으로 테라 및 루나 가상자산 피해자들을 대리해 고소·고발장 접수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피해자들의 고소대리를 맡은 LKB파트너스는 “UST를 스테이블하게 유지하는 알고리즘 자체에 하자가 있다는 걸 개발자와 권 대표는 초기부터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건 피해자들을 기망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앵커프로토콜의 이자율 19.4%를 보장하듯이 말했지만, 이에 대한 재원과 수익모델은 명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투자금으로 이를 메꾸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형태며, 이 위험성을 고지 하지 않은 것은 부작위에 의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가 있다. 변리사인 조원희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는 “암호 화폐에서 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은 자산을 담보하지 않는 분야에서 거의 유일한 성공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알고리즘 설계 자체부터 하자가 있었고 이를 알았는지 고의성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앵커 프로토콜을 도입한 이후에는 연 20% 이자를 어떻게 조달할 계획이었는지,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는 없었는지 여부에 따라 사기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오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손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 이승권 변호사가 고소장 접수를 위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손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 이승권 변호사가 고소장 접수를 위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사수신행위 위반 혐의는 가상화폐가 법령상의 ‘금전’에 해당하는지부터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핀테크 전문인 허준범 변호사는 “형사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는데 현행법상 가상화폐는 법정 화폐에 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해 회복은 미지수

피해 회복은 가능할까. 고발인 측은 형사적 책임을 물은 뒤에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테라폼랩스의 테라 폭락 사태가 형사처벌이 되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부실한 구조라는 것이 판명된다면 민사적인 손해배상, 즉 과실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면서도 “다만 이 경우 피해자들은 각각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조원희 변호사는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이 본 천문학적 피해를 보전할 재원이 있는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조 변호사는 “테라폼랩스가 가지고 있는 테라 루나 코인은 가치가 없어졌고,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 등은 코인의 폭락을 막기 위해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