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질병청장 "安부인 친분과 발탁은 무관, 데이터 방역할 것"

"질병관리청장으로 봉사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지만, 감염병 대응 체계 고도화 업무에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 느낀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지난달 18일 취임한 백 청장은 3주 만에 처음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자리에 나섰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적 결정 바탕…목소리 강하게 내야"

백 청장은 현 시점을 '코로나19 방역 도약기'라고 칭하면서, '근거 기반 과학적 방역 정책'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현 상황은 "마냥 방역 정책을 강화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과학 방역 원칙 아래에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와 사회적 영향을 판단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수용성과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은 '데이터'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백 청장은 "(코로나19) 초반에 데이터가 많이 제한적이었는데 지난 2년 반 동안 많은 데이터가 축적됐다”며 “잘 분석해서 합리적이고 국민 수용성 큰 정책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정책 결정에) 만약 사회적 합의보다는 과학적 결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질병청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방역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신설 등 폭넓은 전문가 참여로 집단지성을 활용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인구 집단 특성별로 방역정책을 마련하고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1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는 7월 정도에 착수할 것 같다"며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한 몇 차례 조사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철수계 지적에 "친분보다는 전문성·능력"

1994년부터 30년 가까이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근무한 백 청장은 "일선 의료 대응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학술 연구 및 자문 역할을 해 왔다"며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감염학회 이사장이던 지난 2020년 1월 7일 코로나 국내 환자 발생하기도 전에, 첫 조찬 회의에서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던 정은경 전 청장과 코로나 대응을 시작했다"며 "2015년 메르스부터 이번 코로나19 현장까지 감염병 전문가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그간의 경력을 소개했다.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에 대해 "행정력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병원 안에서도 과장·실장 같은 보직 맡아서 이끌어왔고, 대한감염학회의 여러 임원진을 거쳐서 이사장까지 역할 했다”며 “작은 조직에서의 리더십 경험이 큰 조직으로 확대됐을 때 원칙적인 부분은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자 김미경 교수와의 친분으로 질병관리청장에 발탁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임명권자가) 전문성과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저를 (청장에) 임명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백 청장은 안 의원 1년 후배이자 김 교수와는 대학 동기다. "안철수 의원 부인과는 동기니까 다른 지인보다는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임명권자가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를 뽑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