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한 은행 예적금 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금리 인상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며, 투자자들이 방망이를 짧게 잡고 있다. 금리 상승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만기가 짧은 예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만기가 짧은 예금에 가입한 뒤 금리가 오르면 새로운 예금 상품으로 갈아타 이자 수익을 늘리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증시 등이 출렁이며 일단 단기 예금상품에서 비를 피한 뒤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전체 금융권의 단기수신(만기 6개월 이하의 수신) 잔액은 202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1816조1000억원)보다 11.6%(211조6000억원) 늘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기간(2021년 7월~2022년 4월) 중 증가한 단기수신은 115조7000억원(6.1%)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만기가 짧은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만기가 길지만 이자를 많이 주는 상품으로 자금이 움직인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예금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단기 예금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한 대기 수요인 셈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에서도 ‘초단기’ 예금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만기 6개월 미만 예금상품의 잔액은 85조4000억원으로, 올해 초(73조6000억원)보다 16%(11조8000억원) 늘었다.
이 중 3개월 만기 예금의 잔액은 올해 초보다 41.7%(11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6개월 만기 예금은 349억(4.6%) 늘었고, 1개월 만기 예금은 1조7000억원(24.6%)이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 예금 상품 중 1개월 만기 상품은 이자율이 너무 낮고, 6개월 만기 상품은 기간이 길어서 3개월 만기 예금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만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만기가 비교적 긴 예금상품의 금리가 더 올라가면서 단기 수신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예상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미 단기 수신 비중은 지난해 10월(42.1%)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어드는 중”이라며 “통화정책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면 만기가 긴 예금을 찾는 투자자도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