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길' 그린마일 압도한 셰플러 PGA챔피언십 선두, 김시우 5위

스코티 셰플러. AP=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 AP=연합뉴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1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퀘일 할로 골프장에서 벌어진 골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선두에 올랐다. 셰플러는 이날 6언더파 65타, 중간합계 11언더파로 8언더파 알렉스 노렌에 3타 차 선두다. 김시우는 이날 이븐파, 중간합계 6언더파로 공동 5위다.

셰플러는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한 두 번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2022년과 2024년 마스터스다. 

아침 폭풍이 지나간 후 나무들이 많이 흔들렸다. 김시우는 “강한 바람이 여러 방향에서 불어 힘들었다”면서도 “이 바람에 메이저에서 셰플러와 함께 치며 배운 게 많았다”고 했다.  

5언더파 공동 5위로 출발한 셰플러는 첫 홀 보기를 했지만 이후 6타를 줄였다. 버디 7개에 이글 1개를 기록했다. 304야드로 짧은 파4인 14번홀 이글이 압권이었다. 

김시우는 “왼쪽에서 바람이 불어 오늘은 드로샷을 쳐야 하는데 왼쪽이 물이라 드로를 치면 당겨져 물에 빠질까 매우 부담이 됐다”고 했다. 셰플러는 우드로 핀 70cm 옆에 붙여 이글을 잡아냈다. 김시우는 “기술도 뛰어나고 멘탈도 대단하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우. AFP=연합뉴스

김시우. AFP=연합뉴스

 
셰플러는 파5인 15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냈다.  

16번 홀부터는 퀘일 할로 골프장이 자랑하는 ‘그린 마일’이다. 그린 마일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자 이를 원작으로 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제목이다. 사형 집행장으로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라스트 마일’이라 하는데 소설에 나오는 교도소는 이 길 바닥이 녹색이라 ‘그린 마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무서운 곳이다.

 
16번 홀은 530야드로 파5가 되도 이상하지 않은 긴 파4인데 왼쪽이 물이다. 평균 스코어는 4.33이다. 

17번 홀은 반도형의 그린이라 짧아도 길어도, 왼쪽으로 가도 물에 빠진다. 평균 스코어가 3.36이다. 

18번 홀은 482야드의 오르막 파4인데 페어웨이 중앙에 구불구불 개울이 흐른다. 평균 4.40타다.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세 홀이 마지막에 몰려 있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8언더파로 순항하다가 이 그린 마일에서 3타를 잃고 추락했다.

셰플러는 거침이 없었다. 16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3.3m 옆에 붙였다. 버디는 놓쳤지만 1라운드 볼에 흙이 묻어 더블보기를 한 이 홀에서 스트레스 없이 빠져 나왔다. 

17번 홀은 왼쪽이 물이라 대부분의 선수가 오른쪽으로 치는데 바람 속에서도 그냥 핀을 겨냥했고 5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에서는 라이가 좋지 않았지만 두번째샷을 핀 2.7m에 붙여 역시 버디를 잡았다.

김시우는 원래 2인 1조로 매츠 피트패트릭과 한 조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침 낙뢰 때문에 티타임도 당겨지고 3인 1조로 스코티 셰플러와 치게 됐다. 

선두에 2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초반 어려운 홀들을 잘 넘기고 파3인 4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선두 그룹이 점수를 잃어 한 때 단독 선두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버디를 잡아야 하는 7, 8, 10번 홀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김시우는 “바람이 일정하지 않고 내리막 퍼트를 자신 있게 치지 못한게 좀 아쉽다”며 “전반적으로 샷감이 나쁘지 않으니 최종라운드는 공격적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42세의 알렉스 노렌이 8언더파 2위다. 데이비스 라일리와 JT 포스턴이 7언더파 공동 3위다. 존 람, 조너선 베가스는 김시우와 같은 6언더파다.

샬럿=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