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정상회의에서 중남미판 경제협력 제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EP는 미주 지역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미주개발은행(IDB) 활성화 등 경제 기구를 통한 투자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청정에너지 일자리 창출과 탈탄소화 등에 대해 협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아시아 순방 당시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중남미판 경제협력 강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IPEF엔 당초 예상보다 많은 13개국이 참여했지만, APEP는 아직 어떤 나라가 참여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매체는 "미국은 미주정상회의에서 APEP를 제안한 후 앞으로 2~3개월간 미주 지역 관계자들과 논의해 초가을엔 공식적인 협상이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미주정상회의를 앞두고 중남미 국가의 이민자 해결에도 과감한 지원을 약속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일 콰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이른바 북부 삼각지대의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19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12월 발표한 12억 달러와 합쳐 총 32억 달러(약 4조200억원)를 이 지역에 투자하게 됐다.
미주정상회의는 미주 대륙 35개국이 3~4년에 한 번씩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미국은 1994년 1차 회의 이후 28년 만에 이 회의를 개최했다.
APEP, 중국 견제엔 역부족…관세 인하 등 제시해야
미국이 중남미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8일 지난 2015∼2021년 유엔 무역 자료를 분석해 "미국과 북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묶인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국가에선 중국이 최대 교역국 지위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일부 국가와 중국의 수출입 규모는 2470억 달러(약 310조원)였으나 이들 국가와 미국의 교역 규모는 1740억 달러(약 218조원)로 100조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중국-중남미·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와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에 미국은 APEP를 제안했지만 중국과 중남미의 관계를 약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PEP에는 IPEF와 마찬가지로 관세 인하 등 시장 접근 확대가 의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미국과 무역 확대를 더 원하는 중남미 국가에게 새로운 무역협정이 아닌 경제협력 파트너십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기다 미국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반미(反美) 3개국인 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 정상을 독재자란 이유로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멕시코·온두라스·볼리비아와 일부 카리브해 국가 수반이 연대 행동에 나서는 등 정상 10여 명이 불참해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중남미를 잃을 위험에 처해있다. APEP나 이민자 관련 투자 등은 빈약한 대체품"이라면서 "민주주의와 투명성을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무역과 투자에서 더 과감한 의제를 던지지 않으면 미국은 중남미에서 중국에 점점 더 압도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