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맛집 히어로즈, 올해는 김휘집이 뜬다

키움 내야수 김휘집. [사진 키움 히어로즈]

키움 내야수 김휘집. [사진 키움 히어로즈]

"요즘 우리 팀 핵심입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관계자는 연습을 하는 고졸 2년차 내야수 김휘집(20)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유격수 명가(名家)인 히어로즈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선수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키움은 2008년 창단 이후 강정호, 김하성, 김혜성 등 골든글러브 유격수를 세 명이나 배출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 수상자인 김혜성이 2루수로 변신했다. 강한 어깨에 비해 송구 정확도가 다소 아쉬워 실책 29개를 했다. 송구 거리가 짧은 2루로 간 뒤 김혜성은 대체선수 대비 수비승리기여(WAA·스탯티즈 기준) 1위(0.949)를 달리고 있다.

김혜성의 빈 자리는 유망주들의 전쟁터가 됐다. 수비가 좋은 고졸 3년차 신준우(21), 장타력이 있는 대졸 4년차 김주형(26), 그리고 김휘집이다. 시즌 초반엔 김주형과 신준우가 기회를 얻었지만 5월 이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김휘집이 꾸준히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다. 김휘집은 "아직 선배님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키움 유격수 김휘집. [사진 키움 히어로즈]

키움 유격수 김휘집. [사진 키움 히어로즈]

김휘집의 이름은 휘두를 휘(揮), 잡을 집(執) 자를 쓴다.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처럼 잘 치고, 잘 잡는다. 시즌 타율(11일 기준) 0.273, OPS(장타율+출루율)은 0.708이다. 23경기 실책은 4개.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어깨가 좋다. 인조잔디라 타구 속도가 빠른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는 불리함이 있지만 적응을 마쳤다.

김휘집은 "경쟁이 있지만, 내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옆에 서는 혜성이 형과 (3루수 송)성문이 형이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을 많이 해준다. (이)정후 형도 조언을 많이 한다"고 했다.


키움 내야수 김휘집. [사진 키움 히어로즈]

키움 내야수 김휘집. [사진 키움 히어로즈]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휘집은 '프로'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34경기에 출전했으나 타율 0.129(70타수 9안타)에 머물렀다. 수비이닝에 비해 실책(7개)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올 시즌엔 확실히 달라졌다.

김휘집은 "지난해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가끔은 공이 오는 게 두렵기도 했다. 경기 전엔 괜찮다가, 그라운드에 서면 몸이 굳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또 "작년엔 실책 하나를 하면 '공이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래. 몇 개까지 더 하나 보자'란 마음가짐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아직 부족하지만 경험 덕분인지 시야가 넓어졌다. 특히 원정에 다녀오면 집중한다. 다른 곳과 달리 고척돔은 첫 발을 잘 떼지 못하면, 아예 못 잡는다. 김일경 수비코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김휘집은 히어로즈 '성골'이다. 초등학교 때 히어로즈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야구를 좋아하셔서 자주 야구장에 갔다. 그래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막연하게 히어로즈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정말 올진 몰랐다. 내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팀"이라고 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김휘집은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주전이 아니다. 이렇게 5년은 해야 주전"이라고 웃었다. 프로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했던 김휘집은 "원히트 원더(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만 남겼다"고 했다. 그의 꿈은 오랫동안 사랑받은 가수 임창정처럼 되는 거다.

김휘집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주장을 맡았던 대치중 시절엔 준우승이 최고 기록이고, 신일고 3학년 때인 2020년 54회 대통령배에서도 김진욱이 이끈 강릉고와의 결승전에서 졌다. 올해 키움이 정규시즌 2위를 달리며 정상에 가까이 가고 있다. 김휘집은 "학창 시절 전국대회 우승을 못해봐서 아쉽다"며 "지금 잘 하고 있지만, 우리 팀 선수들 모두 (1위인) SSG 랜더스 경기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은 과정이니까 좋은 흐름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