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자의 속엣팅

[프롤로그] 한류 첫 공식 에이전트 배경렬 ㈜레디차이나 대표는 사드(THAAD) 사태로 잃어버린 한류의 꿈을 ‘틱톡’에서 찾았습니다. 그에게 ‘틱톡’을 소개한 이가 ‘슈퍼스타K 4’에 출연했던 가수 겸 작곡가 양경석입니다. “사람은 못 가도 판권과 음원은 갈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배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첫 콘텐트를 촬영했죠. 배 대표는 “나에게는 제2의 한류를 꿈꾸게 해준 귀인”이라며 그를 소개했습니다.
'니하오’도 모른 채 도전...장동건·이민호 中진출시킨 미다스 손

일상이 싸움의 연속이었던 양경석은 고3 때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듣고 음악을 결심했다. 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한 양경석. 우상조 기자
싸움꾼에서 뮤지션으로

양경석은 2012년 생애 첫 오디션 '슈퍼스타K 4' 출연 이후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OST 작곡가로 수많은 곡을 내놓기까지 그는 "너무나 절박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그는 2007년 고향 광주에서 상경한 그 날이 “지금도 너무 생생하다”고 했다. “군 제대하고 다음 날 오전 6시에 일어나서 바로 짐 싸서 올라왔어요.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홍대 재즈클럽을 서성였지만 “촌놈이라고 안 받아줄까 봐” 매일 건너편 편의점에서 귀동냥만 하다 2주 만에야 용기를 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을 그의 팔에 문신으로 새길 만큼 여전히 든든한 음악 동지다.
고향에 돌아와 실용음악학원을 차려 성공했지만, 3년 만에 접었다. 동업했던 지인의 배신에 이어 바로 앞 건물에 유명 연예인이 학원을 차리면서 사업이 흔들렸다. 다행히도 그즈음 우연한 기회에 ‘제중원’ OST 곡을 듣고 즉석에서 쓴 가사가 채택돼 작가로 데뷔하면서 다시 기회를 찾았다. 그는 “내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직후 드라마 메인 OST 작곡까지 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한 달여 고향 집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다. 그때 만난 인생 프로그램이 ‘슈퍼스타K 3’다. 마음으로 응원하던 ‘울랄라 세션’의 리더 고(故) 임윤택의 시한부 사실이 공개되자 견딜 수 없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에도 눈시울이 붉어진 양경석은 “내가 너무 한심했다”고 했다. “저는 고작 돈 때문에 폐인이 됐는데 이 사람은 죽을 걸 알고도 음악을 하잖아요. 저한테 화가 나 들고 있던 술병을 깨버렸어요. 임윤택 선배가 제 진짜 스승이죠.” 그의 손엔 그때 박힌 유리 조각으로 생긴 상처가 선명하다.
생애 첫 오디션에 나섰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오디션은 싫었다”던 그는 두 달 만에 체중을 37㎏ 감량했다. 2013년 1월 늦깎이 데뷔를 했다. 데뷔는 성공적이었지만 돈을 벌진 못했다. “새벽부터 샵에서 메이크업하고 인터뷰하고 음반 작업하고 집에 왔는데 750원밖에 없더라고요. 먹고 싶었던 라면이 950원이었어요. 꿈은 이룬 것 같은데 돈은 없으니 괴리감이 컸죠.”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사기를 당하면서 든든한 버팀목이던 부모님마저 옥탑방 신세가 됐다.
부모님 모시며 두문불출 작업

중소기업 대표이던 아버지가 사기를 당하고 전 재산을 잃은 후 양경석은 서울 투룸에 부모님을 모셨다. 1년 내내 집에서만 지내며 OST 곡을 만들었다. 우상조 기자
그는 “이제야 진짜 내 삶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쪽대본만 보고 만든 내 음악이 화면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맞물려 하나의 작품이 되는 순간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뉴미디어 콘텐트 제작에도 도전했다. “어떤 시대든 어떤 플랫폼이든 진심이 담긴 콘텐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나만의 경쟁력은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