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후폭풍과 원자재 공급 불안 등 글로벌 복합 위기로 생필품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뉴스1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5.2%로 전망했다. 한은의 전망치(4.5%)를 상회하는 수치다. 박 본부장은 “미국도 3분기에 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통위도 7월에는 더 높은 기준금리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의 긴축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Fed가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은 대세가 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 따르면 15일(현지시각) 연방 기금(FF) 금리선물시장이 예상한 6월 Fed의 자이언트 스텝 전망은 99.8%에 달했다.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연 1.75%)은 한국의 기준금리(연 1.75%)와 같은 수준이 된다. Fed는 향후 한 두차례 더 빅스텝을 더 밟을 수도 있다. 두 나라의 금리 역전이 시간문제란 이야기다.
한은 금통위도 미국과 좁아지는 금리 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내외금리차 전망 및 환율 기대가 외환 부문에 가져오고 있는 압력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가치 하락(환율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자본유출 우려도 커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은 이어질 전망이다. 추락하는 원화가치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Fed의 긴축 우려 속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4.1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29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29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7월 14일(달러당 1293원)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달 말(1237.2원)보다 원화가치는 53.3원(4.3%) 내렸다.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관련 물가를 더 밀어 올리는 주된 요인이다. 원유나 천연가스 결제의 80.1%(2021년 기준)는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한은은 원화 가치가 1% 내리면 물가상승률이 0.06%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속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빠른 시일 내 종식되더라도 농산물 특성상 국제 식량 가격이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전망”이라며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및 외식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이나 외식물가 등은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데다, 밥상 물가인 만큼 체감물가를 더 높이게 된다.
올해 하반기 이후 줄줄이 인상될 수 있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물가에는 불안 요인이다. 한국전력은 16일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한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최대 인상 폭인 ㎾h당 3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은은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을 물가 상승요인으로 꼽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자가주거비를 포함할 경우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8%대를 기록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고물가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만큼 지속적인 금리 인상 외에는 물가 안정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