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실손보험금 5000만원? "당일 수술땐 30만원" 판결 확정

앞으로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백내장 수술비 대부분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에 대해 일률적으로 입원치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보험금 심사 때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인정될 경우 보험금 지급 한도는 최대 5000만원에서 1일당 20만~3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6일 백내장 수술을 무조건 입원치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2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셔터스톡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6일 백내장 수술을 무조건 입원치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2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셔터스톡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금 가입자 B씨를 상대로 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보험사)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소송은 A보험사가 2019년 8월 16~17일 이틀간 왼쪽과 오른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B씨가 청구한 보험금 686여만원에 대한 지급을 거절하며 시작됐다. 보험사는 B씨가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를 받은 만큼, 청구 보험금 중 일부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B씨가 가입한 실손보험은 입원치료일 때는 보험금 지급 한도가 5000만원이지만, 통원 치료 때는 1일당 최대 25만원의 보험금만 지급된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입원치료를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로 봤다. 2심 재판부는 보험사는 B씨가 청구한 보험금 중 2일 치 통원 치료비 보험금 한도 50만원(1일 25만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런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내장 수술은 입원치료를 전제로 한 포괄수가제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환자의 입원 여부 등과 무관하게 입원치료를 받는 거로 인정해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6시간 미만의 관찰 후 당일 귀가해도 실손보험 입원 치료 시 보장 한도(5000만원) 만큼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던 이유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백내장 수술에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더라도, 보험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보험 약관상 정한 입원치료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면서다. 2심 재판부는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입원' 개념이 백내장 수술의 경우에만 다르게 해석·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통원치료가 이뤄진다고 본 주된 근거는 당일 수술 후 별도의 관찰이나 치료 없이 곧장 퇴원하는 백내장 수술 관행이다. 보험 약관 등에 따라 입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입원실에 머무른 기간이 6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B씨가 수술받은 안과의 경우 수술 준비와 마취를 제외한 수술시간은 15~20분 정도이고, 입원이 불필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자 개별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입원에 준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는 현 행태가 불합리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으로 해석된다”며 “이번 판례에 따라 실손보험에서 수술비 전액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백내장 수술을 받으려는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피해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피해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업계는 그동안 실손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앞세워 일부 병·의원이 백내장 수술 때 과잉 진료를 일삼고 있다고 봤다. 수술이 필요 없는 데도 수술을 권유하거나, 비급여 진료비를 과도하게 책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생명·손해보험사가 백내장 수술로 지급한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올해 1분기 4570억원(잠정치)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한 달간 지급된 보험금만 2053억원으로, 전체 실손 보험금의 17.3%를 차지했다.  

향후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 심사도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해당 판결은 입원에 대해 ①의사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②자택 등에서 치료가 곤란해 병원에서 의사의 관리를 받으며 치료를 받아야 하고 ③최소 6시간 이상 입원실에 머무르거나 처치·수술 등을 받고 연속해 6시간 관찰을 받아야 한다고 해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동네 병·의원의 과잉 진료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이번 판결을 근거로 실제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올해 초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 관련 심사를 강화한 뒤 관련 민원도 많이 늘어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꼭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백내장 환자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입원치료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