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부터 수도권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에 1.5%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다. 이와 달리 부동산 침체 우려가 큰 지방(비수도권)은 연말까지 현행 스트레스 금리(0.75%)를 유지한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서울ㆍ경기ㆍ인천(수도권)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에 1.5%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다. 이와 달리 부동산 침체 우려가 큰 지방(비수도권)은 연말까지 현행 스트레스 금리(0.75%)를 유지한다. 연 소득 1억원인 대출자의 경우 지방에서 집을 구입할 땐 대출 한도가 그대로지만, 수도권에선 최대 3300만원 쪼그라든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세부 시행 방안을 20일 발표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금리에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로 미리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실제 대출자의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진 않지만, 대출 한도가 준다. 스트레스 금리는 적어도 저금리에 과도하게 빚을 냈다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에 짓눌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자동으로 줄이는 제어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김주원 기자
당국은 지난해 2월(1단계)부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오는 7월이 마지막 3단계다. 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전체 금융사의 모든 대출이 적용 대상이다. 주담대는 기본이고 전체 업권의 신용대출과 토지ㆍ상가담보 대출(기타대출)을 받을 때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도의 핵심인 스트레스 금리 적용은 지난해 9월 시행된 2단계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수도권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고 집값이 솟구쳤지만, 지방은 미분양이 급증하는 ‘양극화’가 극심했다.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해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한해서는 스트레스 금리를 2단계 목표(0.75%)보다 높은 1.2%로 상향 조정했다. 계획대로 산출된 스트레스 금리의 50%(0.75%)만 적용한 곳은 지방이었다. 대출 규제가 자칫 서울 집값을 잡는 데 활용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단계서도 수도권만 스트레스 금리의 100%를 오롯이 반영하는 1.5%가 적용될 예정이다. 최근 지방 건설 경기와 미분양 상황 등을 고려해 지방 주담대는 2단계 금리(0.75%)를 올해 말까지 적용한다.
연 소득 1억원인 직장인 A씨가 수도권에 집을 사기 위해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의 변동금리(연 4.2%) 주담대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3단계에선 1.5%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돼 A씨의 대출한도는 5억7400만원으로 2단계(1.2% 적용)보다 1900만원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 시행 전과 비교하면 약 1억1000만원 깎였다. 같은 조건에서 지방 주담대 대출자는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대출 한도는 수도권 절반 수준인 약 6000만원 줄었다.
시장에선 7월 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막차’ 수요가 급증할 우려도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출 금리가 일부 하락하고, 토지허가구역을 피한 서울 마포구 등지에서 집값이 들썩이는 점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의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6조1276억원으로 10거래일 동안 3조428억원 급증했다. 현재 추세라면 이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6조원 넘게 불어날 수 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건전성 규제인 스트레스 DSR을 부동산 집값 안정화에 조치로 쓰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수도권 중심으로만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빚 갚을 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도 집 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