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흥 중국인 살인사건 피의자 차철남(57)이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쯤 흉기를 휘둘러 60대 편의점주를 다치게 한 경기 시흥 정왕동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둘러있다. 손성배 기자
경기 시흥에서 공개수배 끝에 검거된 연쇄 흉기 난동 살인범 차철남(57·중국 동포)이 최근 두 달간 월세를 밀리는 등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 시흥 살인 수사본부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전날 검거된 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씨는 지난 17일 오후 4시쯤 중국 동포 A씨와 B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전날엔 60대 여성인 편의점 점주 C씨와 집주인 D씨(70대 남성)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차씨는 A씨가 12년 전 빌려준 3000만원을 갚지 않자 지난 17일 오후 4시쯤 ‘술을 마시자’고 A씨를 시흥 정왕동 소재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같은날 오후 5시쯤 차씨는 자신의 주거지로부터 300m 거리의 A씨 주거지로 향해 A씨 동생 B씨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차씨는 평소 갖고 있던 둔기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한다. 차씨는 과거 A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등 원만한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차씨는 당초 A씨 형제를 살해할 목적으로 이달 초 흉기를 구입했다. 이 흉기는 전날 평소 자신이 다니던 편의점과 한 체육공원에서 C씨와 D씨를 다치게 하는 데 사용했다. 차씨는 이들이 평소 자신을 험담하고 무시한다고 여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차씨는 거의 매일 스포츠토토를 구매하기 위해 이 편의점을 찾았다고 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공개수배 전환 이후 취재진에게 “내가 자주 스포츠토토를 하러 가게에 가는데, 차씨도 매일같이 토토를 하러 왔다”고 전했다.

경찰이 ‘시흥 흉기 살인 사건 피의자’로 57세 차철남을 공개수배했다. 사진은 경기 시흥 정왕동 범행 장소. 박종서 기자
차씨는 전날 오전 9시30분쯤 주거지에서 인접한 편의점에서 점주 C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났는데, A씨 소유 외제차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및 차적 조회 등을 통해 차씨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차씨는 C씨와 D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다. 전날 오후 2시3분쯤 시흥 소재 시화호 인근에서 자전거를 버리는 모습이 포착됐고, 오후 6시30분쯤 공개수배가 이뤄졌다. 차씨는 수배 50여분 뒤인 오후 7시24분쯤 자전거를 버린 장소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경찰 검문 끝에 붙잡혔다.
차씨는 2012년 재외동포(F4) 비자로 입국해 13년간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약 10년 전부터 D씨 소유 건물의 임차인으로 월세 계약을 맺어 머물렀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15일부터 두 차례 월세를 밀리게 되면서 차씨는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차씨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최근 낮 시간대에 차씨 쪽 집에서 쿵쾅쿵쾅 소리가 나 집기를 고치는 줄로만 알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망 피해자들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중상을 입은 C씨는 7시간여 응급 수술을 마친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D씨는 2시간여 수술 이후 이날 일반병실로 옮겼다. 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21일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