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이미지. 셔터스톡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겨울’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계는 대내·외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76.7%)은 현재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위기’라고 진단했다. ‘위기 초입’이라는 인식은 56.7%, ‘위기 한복판’이라는 응답은 20%였다. 이와 반대로 ‘위기 직전’이라거나 ‘위기가 아니다’는 응답은 각각 20%, 3.3%에 그쳤다. 지난달 16~25일 국내 산업계·학계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위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응답자 중 58.6%가 이 같은 상황이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 “현 상황 ‘위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있었던 2016년, 미·중 무역 분쟁이 일어난 2019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본 전문가가 10명 중 4명(43.4%)이었다. 36.6%는 ‘비슷하다’, 20%는 ‘그때보다 양호하다’고 답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 산업의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 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 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칩4’ 부정적 영향 > 긍정적 영향”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투자 제한 등 부정적 요인도 있지만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과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협회 사무실에서 워싱턴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코트라=연합뉴스
시급한 반도체 정책 과제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등을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치는 대만의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 반도체 대기업 수(28개)가 한국(12개)의 두 배 이상”이라며 “대만 같은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에 의뢰한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서다.
존 뉴퍼 SIA 회장 방한, 협력 방안 논의
뉴퍼 회장은 이날 방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지미 굿리치 미 반도체산업협회 글로벌정책 담당 부회장과 만나 한·미 반도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