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띄운 초유 '여사 특검'…사실 법사위 넘기도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상 초유의 ‘여사 특검’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로선 대선 후보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 윤석열 특검과 대장동 특검을 같이 하자”는 윤·이 쌍특검론에서 이재명·김건희 쌍특검론으로 바꾼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의 맞불 성격의 ‘김건희 특검론’은 정쟁만 가열할 뿐 실현가능성도 낮고 실효성도 적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검을 도입할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만으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민주당 “수사기관 봐주기 일관…의혹 해소 못 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긴급 의원 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관련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국민적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민주당은 김 여사 주가조작 및 허위 경력 등 문제에 대한 특검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가 알려진 이후 민주당은 검찰이 정한 소환 날짜인 6일을 하루 앞둔 이날도‘김건희 특검’을 앞세워 맞불 공세를 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이후 기자들에게 “화천대유 문제는 제가 대선 때도 계속 특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하며 “일임매매를 했다”는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게 민주당의 고발 취지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 추진 필요성의 이유로 ‘수사 당국 봐주기’를 들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발의한 특검법에도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시간 끌기 수사, 봐주기 수사를 반복하면서 김건희의 위법 행위에 눈 감고 있어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이라고 적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정식 신임 사무총장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정식 신임 사무총장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특검 도입하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 범위 좁혀야”

새 정부 출범 넉 달만에 대통령 부인을 겨냥한 특검 출범이 현실화될 경우 초유의 일이다. 다만 당장 실현가능성부터 논란이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로만 국회 전체 과반이지만 21대 하반기부터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어 법사위 관문을 넘기도 어렵다.

법조계에선 정치적 의도에 따른 특검론이란 비판과 함께 주가조작 사건에 한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에 몸담았던 김종민 변호사는 “특별법 입법을 남발하는 행위는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사실이 알려진 이후 특검론이 불붙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정치 공방만 일으키고 실체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2년을 수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정권이 바뀐 지 넉 달도 안 돼 ‘봐주기 수사’를 거론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의 경우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필요하다면 특검 도입을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 주문에 동의하는 녹취록이 관련 재판에서 공개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실 측은 “정상적인 주식 매매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 교수는 역시 “허위 경력 의혹 등 민주당에서 제기한 나머지 부분은 특검 도입은 불필요해 보인다”며 “모든 의혹을 특검같은 특별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함께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지인 동반 해외순방 ▶허위경력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후원금 의혹도 포함됐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이날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국회 입법사항”이라며 “하게 되면 그동안 수사했던 걸 충실히 인계하고 저희는 당연히 따르게 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