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생존을 최우선 강령으로 삼아야 한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자의 말이다. 지난달 런정페이는 회사 내부 통신망에 “화웨이에 ‘겨울’이 다시 찾아왔다”면서 현재 회사가 직면한 위기와 미래의 난관에 대해 경고했다. 또 반드시 생존을 최우선으로 향후 3년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visual china]](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6/0d2817fe-6a5e-4ecf-ba8d-1466f24f0240.jpg)
[사진 visual china]
그러나 이번 겨울은 조금 다른듯하다. 런정페이는 전처럼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며 전례 없는 위기와 압박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도대체 화웨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첫째, 공급망 위기다.
화웨이는 스타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휴대전화 사업부 ‘아너’도 정리 매각했고, 이로 인해 단말기 사업 수입은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2021년 스마트폰, PC 등으로 구성된 소비자 부문 매출은 2434억 달러(약 46조 6768억 원)로 기록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의 2021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1%에서 10%로 전년 대비 68% 급감했다.
![화웨이 단말 사업 수익 변화폭. [그래프 ICT解讀者]](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6/fc23f8db-93f1-461d-ad1f-64aaeb640b76.jpg)
화웨이 단말 사업 수익 변화폭. [그래프 ICT解讀者]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델오로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화웨이의 무선 장비 시장점유율은 2019부터 20%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 세계 5G 네트워크 구축 수요가 급증한 지난 2019년과 2020년, 화웨이의 사업 수익은 전년 대비 각각 3%, 0.2%로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으며 2021년에는 7%가 하락했다.
화웨이의 단말기 사업과 통신 사업은 회사 매출의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두 버팀목 사업의 하락으로 2021년 전체 매출은 최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2020년 8914억 위안(약 175조)에서 2021년 6368억 위안(124조)으로 29%가량 감소했으며, 2017년의 매출 규모 수준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화웨이의 전체 매출 추이. [그래프 ICT解讀者]](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6/9cedb02e-da03-4599-8c27-d168844b17bb.jpg)
지난 10년간 화웨이의 전체 매출 추이. [그래프 ICT解讀者]
화웨이는 GMS를 극복하기 위해 HMS 서비스 생태계를 론칭하고 글로벌 개발자들에게 전면 개방했지만, 미국의 금지로 인해 공개 시장에서 여전히 5G 칩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4G 휴대전화 시장 공간은 더 좁아지고 있다. 중국정보통신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 4G 휴대전화 출하량은 2607만 대로 전년 동기대비 42% 감소했다. 5G 스마트폰 출하량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그러나 기술이 없는 화웨이는 4G 스마트폰만 생산·판매 중이다. 오는 6일 출시될 최신 모델 Mate 50 역시 5G를 지원하지 않는다. 향후 화웨이가 5G 휴대전화의 칩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2025년 휴대전화 시장에서 화웨이의 모습을 아예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화웨이의 사업량은 막대해졌고 제품 라인업은 확장됐다. 런정페이는 모든 공급량을 자국산으로 대체하기엔 비교적 길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에 내부 연설에서 향후 2년간을 숨을 고르는 해로 정의하며 2025년까지 공급망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업계는 2025년까지 시장이 화웨이를 기다려줄지가 의문이라고 입 모은다.
화웨이의 위기, 그 두 번째는 시장의 압박이다.
![화웨이의 중국/해외 매출 비교 그래프. [그래프 ICT解讀者]](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6/f26fec5c-e9fa-4637-ab95-73411d6a3178.jpg)
화웨이의 중국/해외 매출 비교 그래프. [그래프 ICT解讀者]
화웨이의 본거지인 중국 시장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 공신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중국 내 5G 기지국은 약 197만 개로, 모든 지급시(地級市) 도시 지역과 현(縣)급 지역 및 96%의 향진(鄉鎮) 지역에 5G 네트워크가 보급되고 있다. 중국 5G 네트워크 대규모 건설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중국 통신사 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은 5G 관련 투자를 전년 대비 10.5%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역시 5G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5% 하락했으며 매년 투자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5G 투자의 무게중심이 중국에서 해외 다른 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화웨이에 매우 악재다. 5G 네트워크 구축이 시작된 2019년부터 2021년 말까지 5G에 대한 중국 3대 통신사의 고정자본 지출은 약 4015억 위안(약 80조 원)에 달했으며, 화웨이는 그중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해 큰 수혜를 입었다. 그간 해외 사업 수익의 큰 타격을 통신 사업으로 회복해 전체 사업 매출이 3%와 0.2%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화웨이의 지난 10년간 사업 수익이 2천억~3천억 위안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투자의 전체 규모와 설비업체의 경쟁 구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국 시장의 5G 투자 감소와 해외 시장 5G 제한에 따라 화웨이의 통신 장비 매출은 오는 2023년부터 2000억 위안까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화웨이 통신 산업 매출 규모 추이. [그래프 ICT解讀者]](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6/5c4ee32b-8266-4c25-b8ae-65a781c3bbc7.jpg)
화웨이 통신 산업 매출 규모 추이. [그래프 ICT解讀者]
런정페이의 세 번째 위험신호, 바로 재무 리스크다.
순이익 측면에서 보면 화웨이의 수익 능력이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손익계산서를 보면 이는 중국 통신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자회사 매각 덕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매출총이익률 중 56%가 5G 사업분야에서 나왔다. 또 데이터센터용 하드웨어 기업 엑스퓨전(xFusion)과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or)의 매각으로 617억 위안의 일회성 수익을 얻었다. 해당 사업 자산 매각 수익을 제외하면 화웨이의 지난해 순이익은 520억 위안(약 10조 원)으로, 2020년 646억 위안보다 적어진다.
![화웨이 재무보고서 중 일부. [사진 화웨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6/eb46fe30-4671-48a8-81a6-721f4225a446.jpg)
화웨이 재무보고서 중 일부. [사진 화웨이]
전체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화웨이는 오히려 2천 명 이상의 인력을 충원해 지난해 연구개발에만 10만 7천 명을 고용했다. 화웨이는 이에 대해 “클라우드, 인공 지능, 스마트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 루트 기술과 같은 미래 지향적 연구혁신과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지향적 연구혁신’이 새로운 사업 수익으로 전환되기 전에 화웨이가 고려해야 할 것은 공급망 위기와 시장 압박이다. 전문가들은 매출 규모가 지속해서 축소될 것을 고려하면 화웨이 전체 현금 흐름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런정페이 회장 역시 재무적 리스크를 의식한 듯 이번 연설에서 “재무는 현금 흐름을 위해 잘 계획되어야 하며 위기가 봉착하면 때로는 수혈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22년 들어 화웨이의 현금흐름 압박은 더욱 커졌고, 올 1월부터 8월 초까지 7개월간 중국 채권시장에서 7차례에 걸쳐 자금을 조달해 2021년의 3배에 달하는 240억 위안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는 화웨이의 자금 수혈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PA=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6/9e8b01c4-b373-4c7e-a674-4e25291d5d63.jpg)
[EPA=연합뉴스]
런정페이는 연설문에서 ‘축소’와 ‘수축’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 “화웨이는 미래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낮추고 ‘품질’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판매 수익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되며 현금 흐름과 실제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이 전례 없는 한파에 어떻게 맞서게 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