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의 모습. 연합뉴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한편 국외 계열사·공익법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을 분석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 기준,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국외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집단은 23개로 작년보다 1개 늘었다. 이들 기업 소속 89개 국외 계열사가 66개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했다.
이중 롯데·코오롱·장금상선·오케이금융그룹 등 4개 집단에 속하는 국외 계열사 9곳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23개 집단 중 12곳은 21개 국외 계열사를 통해 직접 출자 형태로만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으나, 나머지 11개 집단은 직·간접적으로 45개 국내 계열사를 보유하면서 총 531개의 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롯데(506개)와 네이버(12개)는 출자 구조 수가 많고, 출자 단계도 다른 집단에 비해 길었다.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 66곳 중 국내 출자 여부와 상관없이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국외 계열사가 있는 집단은 12곳으로, SK, 현대차, 롯데, CJ, DL(대림), 효성, 부영, 코오롱, 장금상선, 현대해상화재보험, 일진, 오케이금융 등이다.
이들은 미국·일본·싱가포르·홍콩·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지에 38개 해외 계열사를 뒀다. 이 중 9개 집단의 21개 해외 계열사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100%였다.
공익법인 등 비영리법인을 활용한 계열 출자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계열출자 비영리법인 수는 90곳으로 1년 전보다 12개 늘었다. 공익법인만 떼어 봐도 79곳으로 10곳 증가했다.
47개 대기업집단 내 90개 비영리법인은 155개 계열사에 대해 지분을 보유했고, 평균 지분율은 1.2%였다.
전체 76개 대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60.4%로 전년보다 2.3%포인트 증가했다. 총수 있는 기업집단 66개의 내부 지분율도 59.9%로 1.9%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3.7%로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계열사 지분율이 53.3%로 1.6%포인트 상승했다.
공정위는 "최근 20년간 총수 있는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증가하는 추세인데, 총수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감소하고 계열사의 지분율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은 기업은 두나무(0.34%), 현대중공업(0.48%), SK(0.50%), 카카오(0.56%), 장금상선(0.67%)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