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쓰촨성에서 발생한 지진에 놀란 주민이 탈출하기 위해 코로나 봉쇄로 굳게 닫힌 문을 발로 차고 있다. 트위터 캡처

5일 쓰촨성 간쯔주 루딩현에서 발생한 6.8규모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를 구조대원이 구조하고 있다. AFP=연합
이번 루딩현 지진 발생 당시 쓰촨 주민 상당수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집안에 봉쇄 당해 대피에 차질을 빚는 등 중국 당국의 상식을 넘어선 방역을 두고 불만 여론이 팽배하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7일 보도했다.
지난 2008년 쓰촨 대지진 등 지진을 자주 겪은 쓰촨 주민들은 건물이 흔들리면 일단 문을 열고 탈출해 넓은 평지로 대피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숙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의 진원에서 220㎞ 떨어진 인구 2100만명의 대도시 청두(成都)에서는 건물의 심한 흔들림에 놀라 탈출하려던 시민들이 코로나19 봉쇄 때문에 자물쇠로 잠긴 아파트 현관문에서 방호복을 입은 요원과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청두의 인권변호사 루쓰웨이(盧思位)는 “이번 지진은 흔들림이 매우 강렬해 단지 아래로 뛰어 내려갔지만 문이 봉쇄통제 중이어서 나갈 수 없었다”며 “지진 피난이 방역에 우선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고 RFA에 토로했다. 루 변호사는 봉쇄를 우선하는 관리사무소 직원과 몸싸움까지 벌이다가 공안이 출동해 제지 당했다고 밝혔다.
트위터에는 청두에서 자물쇠로 잠긴 현관문을 발로 차도 꿈쩍 않는 영상과 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소방대원들이 줄을 서서 핵산검사를 하는 장면들이 돌고 있다. 오랜 방역에 이골이 난 중국 네티즌들은 이미 기층의 간부들이 ‘미쳤다(瘋)’며 ‘봉쇄통제(封控·중국 발음 펑쿵)’를 같은 중국식 발음의 ‘미친 봉쇄(瘋控·펑쿵)’이라고 불러왔다. 아이디 ‘첸시장더톄펀(千璽醬的鐵紛)’은 6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오늘부터 ‘코로나가 이렇게 엄중하다’가 아닌 ‘미친 통제가 이렇게 창궐한다’고 부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6일 중국 SNS에 올라온 쓰촨 지진 구조대가 출동 전에 줄지어 핵산 검사를 받는 장면. 트위터 캡처
또 다른 네티즌은 “건물더미에 깔린 이재민에게 구조대가 핵산 검사 중이니 조금만 더 견디라고 말할 분위기”라며 자조했고, 한 네티즌은 “막 구조돼 숨이 끊어질 듯해도 핵산 검사부터 하고 결과를 기다려 구급차에 태울 것인가”라고 탄식했다.
여론의 불만에도 당국은 방역을 굳게 견지했다. 쓰촨성 위생건강위원회는 6일 공식 SNS에 “방역 통제 기간 지진·화재·홍수 등 군중의 생명에 위해를 끼치는 재난이 발생하면, 우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라”며 “다만 조건이 허락하는 상황에서 개인은 방호에 힘쓰고 안전하게 철수하며, 피난 시 가능한 몰려다니거나 접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특수구조대·구조견 파견 대비
대만의 소방청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특수 수색대 40명과 구조견, 각종 구조 장비 5톤과 국제 인도 구호 전세기를 마련했다며 당국의 지침만 받으면 즉시 출동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