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청년들(왼쪽).이런 욕구가 분출된 '나는 국대다' 토론배틀 현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청년정치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선거 때 이용만 당하다 결국 팽당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많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정치의 근본적 한계 탓에 실패한 거라 말하기도 합니다. 청년정치는 정말 실패했을까요. 아니, 무엇보다 청년정치란 과연 무엇일까요. 어제 이 자리에 국민의힘 내홍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 편에서 이준석 전 당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바라보는 청년정치가 무엇인지를 담은 글을 실었습니다. 오늘(8일)은 장 이사장을 향해 기성 정치의 계파놀음적 구태를 드러낸다고 비판하는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대표의 글을 게재합니다. 장예찬 이사장 글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청년정치를 논하기 전에 우선 장 이사장 주장의 오류부터 바로잡아야겠다. 그 스스로가 이런 식으로 정치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또래의 정치인을 싸잡아 특정 정치인을 위해 충성하는 수족 정도로 폄하한 건 참기 어렵다. 친분을 기준으로 정치인을 계파화하는 건 구태 중의 구태다. 나를 비롯한 청년정치인은 조직 수장과의 친분을 지렛대 삼아 정치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관행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입으로는 청년을 강조하는 장 이사장이 계파놀음적 시각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는 걸 보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2016년 7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여의도 한 식당에 따로 모여 단합을 과시했다.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10개월 뒤 이들은 정권을 빼앗겼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8/bd51c840-0edd-4fea-b85d-95b1bed2657c.jpg)
2016년 7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여의도 한 식당에 따로 모여 단합을 과시했다.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10개월 뒤 이들은 정권을 빼앗겼다. [뉴스1]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청년정치 개념에 대해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정치는 정치 그 자체일 뿐, 청년정치라는 영역이 따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생물학적 나이가 청년인 사람들이 하는 정치를 청년정치라고 편의상 부른다면 양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 본인이 청년정치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는 건 매우 어리석다. 일자리, 부동산, 환경문제, 지방분권, 저출산, 국민연금, 외교·국방 등 모든 정치 영역에는 다양한 세대가 참여한다. 청년 세대에 한정된 협소한 몇몇 주제에만 청년이 매달려야 할 이유가 없다.
한편으론 청년정치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는 건 기성 정치인이 자기 입맛대로 청년들을 가두리 양식하는 데 동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부적절하다. 선거 때만 청년을 잠시 이용하다 버리는 일명 액세서리 정치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기성 정치가 기득권을 위해 청년정치와 구분 짓는 것에도 반기를 들어야 할 판에 청년정치인 스스로 이런 프레임에 갇히겠다는 발상은 너무나 패배주의적 사고다.
이런 의미에서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라는 두 청년정치인이 청년정치를 대표한다는 견해에도 반대한다. 우선 나이부터 의문이다. 대한민국 청년기본법은 만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하는데, 이 전 대표는 올해 만 37세다. 청년의 시기를 지난 지 오래인데 자꾸 외부에서 청년정치인으로 규정하니 매우 불편하다. 이 전 대표보다 한 살 어린 나 역시 스스로를 청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생활 8년 차에 접어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규정할 뿐이다.
그런데도 청년이 청년정치를 앞세우는 건 그럴 때 주어지는 정치적 이익이 있어서일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청년조직을 구성해 그 조직을 이끄는 한두 명에게만 논공행상처럼 자리를 줘왔다. 결과적으로 다른 청년의 노력은 이용만 하는, 그런 빨대 꽂아 뽑아먹기 문화가 팽배했다. 사실상 기성정치가 청년정치를 이용한 것인데, 그 대표적 사례가 박지현 전 위원장이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비교하지만, 사실 박 전 위원장은 이 대표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대표는 10년 이상 정치를 해 오며 검증을 받았을 뿐 아니라 야당 시절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돼 집권당을 만들었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전형적으로 기성정치가 꽂은 낙하산 정치인이다. 즉, 이준석 식 정치는 스스로 돌파해온 능력주의형 정치라면 박지현 식 정치는 기성정치가 판을 깔아준 수렴청정형 정치라 하겠다. 여의도의 여느 청년과도 다른 둘만의 독특한 궤적이다. 이준석의 성공이 청년의 성공이 아니고 박지현의 실패가 청년의 실패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만 25세에 국회의원이 됐다. 유럽에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정치를 경험한 30대가 총리에 오르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려면 잘못된 틀부터 깨야 한다. 청년정치라는 잘못된 테두리 안에 머물며 기득권 정치가 주는 부스러기만 챙길 생각에 갇혀 수세적 정치를 할 게 아니라 기득권에 당당히 도전하는 용기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해외의 30대 국가 지도자들. 왼쪽부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제바스타인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8/373eaa63-2236-4233-8bed-60d308acda17.jpg)
해외의 30대 국가 지도자들. 왼쪽부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제바스타인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연합뉴스]
대한민국 정치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뚫고 소신을 지키려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국민적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굳이 청년정치라는 걸 규정해야 한다면, 비전과 가치를 당당히 외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젊은 정치라 하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비단 청년만 살아남기 어려운 게 아니라 기득권 없는 모두가 불리하다. 선거법을 비롯해 모든 게 기득권 있는 정치인에게 유리하다. 청년정치에 국한하지 말고 모든 정치 신인이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 신인에 대한 정치적 진입장벽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받은 시계를 SNS에 공개 자랑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페이스북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08/3b6cf6c5-7114-4c64-b8ab-e03e683e12f4.jpg)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받은 시계를 SNS에 공개 자랑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