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지난 2021년 10월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언론 노출을 꺼렸던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장문의 글을 통해 민감한 군사 내용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특정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전술핵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있다"면서 "핵 공격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의지를 꺾지는 못하지만, 유럽 전체에 나타날 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이 제한적인 핵 충돌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3차 세계대전의 조짐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핵보유국 핵탄두 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앞서 러시아는 지난 3월 말 대량 살상 위협에 대응하거나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 등 비상 상황에만 핵무기를 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에선 러시아가 고전하면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고 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점령 중인 크림반도에서는 지난달 9일 사키 공군 비행장을 시작으로 러시아군 시설과 탄약고에서 잇따라 폭발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이들 사고와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는데,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서방의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현재 동쪽 돈바스 주요 전선인 도네츠크 지역이 좋지 않다"면서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으려면, 우리 군이 여러 차례 연속적으로 동시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우리 동맹국으로부터 상당한 양의 군사 지원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무기가 러시아 무기의 타격 범위(사거리 최대 2000㎞)와 일치시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은 러시아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사거리 10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제공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