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08
4월 8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큰 표차로 선출된 권 원내대표는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5개월 만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동갑내기로 가깝게 소통해 온 권 원내대표는 대선 기간 당 사무총장을 맡았고, 원내대표에 취임한 후에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더불어민주당과 편향적 언론의 거짓 선동에 맞섰고, 문재인 정부 시절 자행된 강제북송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공론화했다. 또 민주노총 불법행위에 대한 준엄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며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극우’, ‘혐오’라고 비난했지만 우리는 그런 낙인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역대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 것”이라며 수직적 당ㆍ청관계를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윤핵관 프레임'이 강하게 덧씌워지면서 임기 중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취임 직후에는 민주당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합의한 뒤 이를 하루 만에 번복해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월 27일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전날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사퇴회견에서 권 원내대표는 “정치인도 사생활이 있다”면서도 “저의 부주의로 문자가 공개된 것은 제 잘못”이라고 인정했고, 가장 아쉬운 점으로 “당의 갈등과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다만 ‘윤핵관’이란 표현에 대해선 “이 전 대표가 만들어낸 용어인데, 그로 인해 정권교체에 앞장섰던 많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며 “그런 표현을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권 원내대표가 대선 당시인 2월 강원도 유세에서 “저는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고 한 발언을 올리며 “윤핵관이라는 용어로 상처받는다고요? 윤핵관이 조롱의 언어라고요?”라고 반문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돌이켜보면 비대위 전환을 결정하기 전에 당헌ㆍ당규를 확실하게 개정했어야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당 대표 징계 상황에서 당헌ㆍ당규는 미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배현진 최고위원이 선제적으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박수영 의원이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주도한 걸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겼다. 권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출마 여부와 공직 참여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난 대선 때부터 오늘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당분간 좀 쉬면서 당과 나라를 위해서 정치인으로 어떤 역할을 할 건지에 대해선 앞으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권 원내대표의 사퇴 선언으로 국민의힘은 차기 원내대표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다. 후보군으로는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돌입한 4선의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과 3선의 박대출(경남 진주갑)ㆍ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 등이 꼽힌다. 이른바 ‘비윤계’에선 3선의 김도읍(부산 북ㆍ강서을)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이가운데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5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원내대표에 재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이날 정진석 신임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비윤계인 3선의 하태경(부산 해운대갑)ㆍ조해진(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의원 등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차기 원내대표는 갈라져 있는 초ㆍ재선과 중진을 통합해야 하고, 검찰과 얽힌 ‘이재명 민주당’에 대응하면서도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도의 정치적 판단과 협상력이 필요한데, 그런 부담을 소화할 인물이 누구일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