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투수 이병헌. 김효경 기자
두산은 2022 1차 신인지명에서 서울고 출신 좌완 이병헌을 지명했다. 이병헌은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51㎞의 빠른 공을 던졌다. 다만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두산은 이병헌의 장래성을 내다보고 지명했다.
지난 7월 퓨처스(2군) 리그에서 던지기 시작한 이병헌은 9경기에서 2승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3일 드디어 1군에 콜업됐다.
기다렸던 데뷔전은 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이었다. 6회 말 1사 이후 네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이병헌은 "생각한 것보다는 긴장되지는 않았는데, 2군에서 경기를 나갔을 때랑 분위기가 달라서 어려움이 있었다. 막상 시합에서 던지다보니 재밌어졌다. 아쉽지만 2군에서보다는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 투수 이병헌. 사진 두산 베어스
이병헌은 "2군 등판과는 관중이 있고, 없고가 달랐다. 응원가도 들렸다. 예전에 TV로 봤을 때 방해가 될 줄 알았는데 그런 소리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어서 좋았다"고 웃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병헌에 대해 "이름이 좋다"는 농담을 하며 "침착하게 던진 것 같다"고 했다.
이병헌은 첫 타자 노진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김주원에겐 몸맞는공을 준 뒤 이명기에게 안타를 내줬다. 서호철에게 볼넷을 다시 내줘 2사 만루. 그러나 손아섭을 직구 3개를 던져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병헌은 "첫 타자 삼진이 나왔을 때 좋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아웃카운트 하나 잡은 것 뿐이고, 앞으로 삼진 잡는 일이 많아질 거니까 의미를 두지 말자'란 생각으로 물 흐르듯이 넘어간 거 같다"고 했다. 만루에서 손아섭을 상대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느낌은 없고. 타자가 어떤 선수에 의미를 두지 않고, 아웃을 잡는데 최대한 신경썼다"고 말했다.

7일 창원 NC전에서 데뷔 첫등판을 한 뒤 권명철 투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병헌. 사진 두산 베어스
마운드를 내려온 이병헌은 김재환, 권명철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병헌은 "사구 이후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과를 못 했다. 김재환 선배가 그 부분을 말해주셔서 경기 끝나고 난 뒤 SNS로 (김주원에게)죄송하다고 했다. 투수가 맞힐 수도 있는 거고 일부러 맞힌 거 아니니까 괜찮다는 답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권 코치님이 말한 게)기억이 안 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병헌은 이날 최고 142㎞를 기록했다. 아직 고교 시절에 비해서는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 이병헌은 "(수술 후 재활을 거치면서)공을 잡는 데까지 거의 10개월 정도 걸렸다. 공백기 여파가 남아 있는 거 같다. 수술 전과 몸 상태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춰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꿈꿔왔던 프로 첫 경기를 치른 이병헌은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버지 이봉수씨와의 통화였다. 이병헌은 "아버지가 그런 표현을 잘 안 하시는데 한 마디지만 기억에 안 남는다. 글자 수는 짧아도 진심이 담긴 거 같아서 좋았다"고 했다.
야구선수 이병헌의 경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병헌은 "(올해)몇 경기 안 남았지만 기회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앞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더 씩씩하고 자신있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