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놓칠세라 신용카드와 현금서비스까지 동원해 얻은 빚으로 가게를 복구했다. 5일은 한달을 기다린 복구 지원금 500만원이 입금된 날이었다. 김씨는 “일주일 동안 설비를 하나하나 끄집어내 쓸고 닦고, 냉장고 밑에 붙은 찌꺼기를 떼어내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잠도 못 자고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서울시 지원으로 심리 상담을 받고 진통제를 처방받았다”고 했다.

김한우(62)씨의 가게가 지난달 8일 폭우로 물에 잠긴 모습(좌)과 지난 5일 김씨가 가게를 복구한 뒤 하룻동안 판매할 두부를 만들기 위해 간수를 조금씩 부어 콩물을 굳히는 모습. 이대로 먹으면 초두부, 틀에 담아 눌러 내면 두부가 된다. 지난달 8일 폭우에 수해 피해를 입었던 김씨의 두부 가게는 약 3주 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사진 김씨 제공, 최서인 기자
재산 피해·지친 심신·예전 같지 않은 추석

태풍 '힌남노'가 스쳐간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 비가 내리고 있다. 남성사계시장 입구는 지난달 8일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최서인 기자
그나마 상인들을 보듬는 건 손님들의 위로다. 같은 날 서울시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의 가게에도 천장까지 물이 차올랐다. 김씨는 “손님들이 5만원, 3만원씩을 봉투에 넣어서 건네는데 금액을 떠나 피 같은 돈을 내 도와주시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며 “5만 원어치를 드시고는 10만원을 건네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친척들과 군대, 서울시 공무원 등의 도움으로 가게를 정비해 지난달 31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5000만원 손해 입었는데…지원은 500만원 뿐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에서 김명옥(66)씨가 하루의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반찬 냉장고 위를 행주로 닦고 있다. 김씨의 집과 가게는 지난달 8일 폭우로 물에 잠겼다. 최서인 기자
같은 시장에서 이불집을 운영하는 윤모(53)씨는 “폐기한 이불만 1000만원어치고 총 2000~3000만원의 손해를 봤다”며 “언제 지급된다는 말이 없어 우선 주변의 도움과 대출, 저금으로 해결했다. 긴급복구비로는 이달 임대료를 해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20평 남짓한 윤씨 가게의 임대료는 월 800만원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