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탄산 섞인 ‘달기약수’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샘에서는 계속해서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바가지로 물을 몇 번이고 퍼내도 다시 솟아올라 일정한 수위를 채웠다. 물이 솟을 때 ‘뽀글뽀글’ 소리와 함께 기포도 생겼다.
이곳은 경북 청송군이 자랑하는 ‘달기약수’가 나오는 약수탕이다. 약수가 샘솟는 여러 지점 중에서도 가장 물맛이 좋다는 ‘원탕’이다. 샘물을 그 자리에서 바가지로 떠 마셔볼 수도 있고, 따로 통을 들고 와 약수를 채워갈 수도 있다. 평일 낮 시간에도 약수를 맛보려는 사람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주말이면 하루에 300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약수물은 청송군과 달기약수탕 번영회가 관리한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에 위치한 달기약수 원탕. 김정석 기자
가족과 함께 달기약수탕을 찾은 박형섭(48·서울 은평구)씨는 “장인·장모님이 달기약수를 먹고 몸도 좋아진 경험이 있고 다른 지역 약수와 달리 맛도 뛰어나 온 가족이 함께 여름휴가를 맞아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약수 맛보러” 경북 대표 오지로 몰려드는 사람들
청송 소나무식당에서 달기약수로 만든 한방능이백숙 한상차림을 받았다. 각종 산나물과 궁채장아찌·오이지·깍두기·도라지·초석잠장아찌 등 10여 가지 반찬이 먼저 깔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능이버섯이 우러나 짙게 변한 국물이 눈에 띄는 닭백숙이 등장했다. 각종 한약재가 들어가 구수하고 깊은 향이 입안 가득 번졌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를 이용해 만든 한방능이백숙 한상차림. 김정석 기자
윤미옥 소나무식당 대표는 “닭백숙을 만들 때 약수를 쓰게 되면 닭 특유의 누린내가 사라지고 탄산이 들어 있어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국물도 개운해진다”고 설명했다.
철·마그네슘 녹아든 탄산수가 달기약수의 비결
달기약수탕 인근에는 달기약수 기원이 적힌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안내판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 이곳에서 수로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발견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적혀 있다.
조선 철종 재위 당시 금부도사(禁府都事·의금부에서 중죄인을 신문하던 종5품의 벼슬)를 지낸 권성하(1852~1914)가 수로 공사를 하다가 바위틈에서 자란 나무를 뽑자 그 자리에서 물줄기가 솟아오른 것이 달기약수의 시초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 원탕에 설치돼 있는 안내판 모습. 김정석 기자
난데없이 솟아난 물에서는 마치 닭이 우는 것처럼 ‘꼬록꼬록’ 소리가 났는데, 권성하가 물을 마셔보니 물에 바늘이라도 달린 것처럼 혀를 쏘고 물에서 피 같은 맛이 났다. 그 뒤 권성하는 평소 더부룩하던 속이 개운해져 이 물이 약수라는 것을 깨닫고 하인을 시켜 매일 물을 떠다 마셨다고 한다. 이 약수탕은 닭 우는 소리가 났다 해서 ‘달계약수’로 불리다가, 점차 이 지역 골짜기 ‘달기골’ 이름을 따라 ‘달기약수’가 됐다고 전해진다.
위장병·신경통에 효험…학술적으로도 증명
학술적으로도 약수의 효능은 증명됐다. 2000년 대한화학회지에 실린 이성호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1999년 5월부터 2000년 2월까지 약 1년 동안 계절별로 청송 달기약수에서 총 28개 항목의 함유성분을 분석한 결과 달기약수가 다른 곳보다 철분·칼슘·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를 이용해 한방능이백숙을 만드는 모습. 김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