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민감한 문제’는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외교적으로 완곡하게 일컫는 표현이다. 인민일보의 이날 보도는 “사드는 안보 주권 영역으로 협상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도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 참가를 하지 않고,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한다는 이른바 ‘삼불일한’을 문재인 정부와 협의했다고 주장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8일자 1면 하단에 지난 15~17일 한국을 방문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소식을 게재했다. 인민일보 캡처
리 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보다 수위를 높여 사드 반대 논리를 펼쳤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에 “사드는 북한의 심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자위적 수단으로, 제3국을 위협하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므로 북한이 대화와 외교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중국이 도와 달라”고 반박했다. 인민일보는 김 의장과 회담과 관련해서는 “정기적인 교류 메커니즘을 잘 활용해 맞춤형, 실효성을 높이고, 각 분야에서 협력 심화를 위해 법률적 보호를 제공하자”는 내용을 전하는 데 그쳤을 뿐 사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인민일보의 보도에 역사 문제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초청은 언급되지 않았다. 17일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리 위원장을 만나 고구려와 발해를 한국사 연표에서 멋대로 제외한 중국 국가박물관 전시회를 언급하자 리 위원장은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실이 밝힌 시진핑 주석의 방한 초청도 인민일보는 기사에서 제외했다.
대신 중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지난 8월 24일 시 주석이 한·중 수교 30주년 축전에서 언급한 “대세를 파악하고, 장애를 배제하고, 우호를 다지며, 협력에 초점을 맞추자(把握大勢 排除干擾 夯實友好 聚焦合作 파악대세 배제간우 항실우호 취초합작)”는 16자 방침을 다시 강조해 보도했다. “중국은 시종 한국과 관계를 중요한 위치에 두어왔다”며 양국관계를 중시하는 표현도 담았다.
한국 방문 보도에만 대만 언급 없어
리 위원장의 시찰 장소도 4국 4색이었다.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의 레닌 저택을 참관해 이념적 유대를 강조했고, 몽골에서는 초원 생태 구역을 시찰하며 중국의 친환경 정책을 과시했다. 네팔에서는 제3의 도시 바드강의 두바 광장의 지진 복구 현장을 찾아 중국의 원조 외교를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LG R&D 센터 방문을 언급해 중국의 공급망 확보에 한국의 위상을 확인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