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이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특별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SCO 가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 SCO 가입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反)서방 동맹'으로 굳혀졌다. 현재 인도·파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이 속해있다.
SCO 회원국 인구는 세계 41%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은 24%를 차지한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는 중동의 최대 반미국가인 이란이 정회원국 가입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고,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도 가입을 적극 추진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5~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도 특별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SCO 가입으로 우리와 회원국과의 관계는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단계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아마도 이는 차기 회의 개최지인 인도에서 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SCO 가입 발언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0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불발된 뒤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과 중·러 사이에서 '균형 외교'라는 명분으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희망했지만 여의치 않자, SCO 가입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오른쪽)이 16일 SCO 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 연구원은 VOA에 "이번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는 그의 진의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킨다"며 "그는 서방 세계에 '다른 선택권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수준에서 균형 외교를 유지해왔으나, 지금은 러시아와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튀르키예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대하며 러시아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 분리 독립 문제 등으로 나토와 갈등을 빚어왔다"면서 "이번 SCO 가입 발언으로 최근 2년간 급격히 악화된 서방과의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연이어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튀르키예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 대금의 25%를 루블화로 결제하는 데 대한 합의가 조만간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하며 중국과도 정치·경제적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