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한전)가 출자한 13개 회사 중 7곳이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대부분이 태양광·해상풍력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회사인 만큼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한전 적자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9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국내 출자회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총 5112억원을 13개 출자회사에 투입했다. 회사에 따라 최소 6%에서 최대 51%까지 지분을 획득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회수한 출자금은 220억원으로, 출자금 회수율은 4.3%에 불과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7개 회사를 비롯해 10곳에선 회수율이 0%였다. 자본잠식은 회사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져 누적 적자가 출자한 자본금보다 큰 상태다.
자본잠식은 대부분 재생에너지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회사에서 나타났다. 13개 국내 출자회사 중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가 7곳이었는데 이 중 6곳이 자본잠식 상태다. 해상풍력단지 건설 및 운영을 주로 하는 ‘제주한림해상풍력’, ‘한국해상풍력’이 그 중 하나다. 한전은 한국해상풍력에 출자회사 중 가장 많은 2128억원의 돈을 투입했다. 또 태양광 발전 관련 사업체인 ‘희망빛발전’도 자본잠식에 들어섰다.
연료전지나 충전 인프라 구축을 주 사업 목적으로 하는 회사들도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한전은 태양광 발전을 하는 켑코솔라를 제외하곤 재생에너지 회사로부터 출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켑코솔라에선 지난해 말까지 7억4500만원을 회수했는데 이 회사에 들어간 돈은 1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탈원전’ 정책 등으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무리하게 이뤄지면서 한전 적자가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문 정부가 5년간 12조원을 투자한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과 관련해 표본조사를 한 결과 2616억원의 불법·부당 운용사례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개탄스럽다”며 “법 위반 부분은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는 반응까지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도 즉각 “그간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지나친 우대, 소규모 태양광 편중, 계통 부담 등 문제점이 있었다”며 “새로운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을 조속히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달 재정건전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출자 지분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연일 재생에너지 문제를 제기한 데다 출자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출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14조3033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