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과 지도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전 원내대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이용호 의원 )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지난 4월 선출된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5개월여 만에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열린 이날 선거에는 기호 순으로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이 출마했다. 투표결과 총 106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주 의원이 과반인 61표를 얻어 원내대표로 뽑혔다. 결과가 발표되자 “와”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당의 안정화와 외연확장”을 내세운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 “일본 속담에 세 사람만 모여도 문수(불교에서 많은 지혜를 가진 보살)의 지혜가 생긴다고 한다”며 “언제든지 원내대표실을 찾아주시고 의견을 내달라”고 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2020년 5월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대표로 한 차례 선출된 이력이 있다. 앞서 탄핵 정국 당시 몸담았던 바른정당에서도 원내대표를 역임한 걸 포함하면 이번이 세 번째 원내대표직 수행이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결정한 뒤 지난 달 초 출범한 첫 비대위의 위원장을 맡았다가 같은 달 26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때문에 선거 전 당내에서도 “선수나 협상경험 등을 비춰볼 때 주 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막바지에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주 의원에 대한 추대론을 강하게 밀면서 ‘용산 대통령실의 뜻이 추대’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고, 이에 대다수 후보군들이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주 의원의 압도적 표차 승리를 예상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주호영(왼쪽)·이용호 원내대표 후보자가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19
당내에선 “윤심 논란에 대한 거부감이 이 의원의 선전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선 의원은 “우리 당이 용산의 ‘오더’에 따라 획일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한 의원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다른 의원도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는 게 정당인데, 용산 뜻에 따라 박수로 대표를 추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물러나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추대 분위기를 형성한 걸 두고 친윤 그룹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 뜻이라면서 다른 후보군을 주저앉히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가, 있을 수가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진 의원은 “권 전 원내대표 본인도 사실 당의 비상상황에 책임이 있는 인물인데, 나서서 마치 윤심을 대변하는 것처럼 말하는 데 대해 불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차례 원내대표를 역임한 인물이 단기간(2년)에 다시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도 이례적이다. 영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지난 번 원내대표 임기 당시 국회 상임위원장을 다 내주는 등 협상 능력에 대한 불만도 있었는데, 두 번째로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도 이 의원의 득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선출 직후 이 의원의 선전에 대해 “당이 건강하게 당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달라는 뜻도 반영된 결과”라며 “당의 역동성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견발표에서 “권 전 원내대표의 잔여임기 범위 안에서만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가 새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가운데,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진행되는 절차에 따라 당원, 의원님들과 상의해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