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팬티값 깎나" 비정한 예산 공방…정부 "단가 깎고 양은 같다"

여야 간 ‘비정한 예산’ 공방이 연일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올해보다 감액·삭감된 항목들을 두고 야당이 “약자 희생”을 지적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20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20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주호영 원내지도부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어제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을 속이는 대국민 기만 쇼를 보였다”며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군 장병의 의복 예산을 삭감했다는 거짓 보고를 하면서 ‘비정한 예산’이라고 고약한 딱지를 붙였다”고 말했다.

전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군인들 팬티값까지 깎아버린 비정한 정부”라고 병사 피복비 삭감을 지적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한심하고 황당하고 기가 차다. 청춘을 희생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옷도 신발도 못 신게 삭감했다”고 비난하자 국방부는 “품목별 단가 하락에 따른 감액 편성”이라며 “해당 품목은 장병들에게 기준 수량만큼 정상적으로 보급 가능하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성 의장은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서 의원은 공부 좀 하라. (단가를 낮춘) 우수한 공무원의 성실함이 묻어난 정상적 예산”이라고 역공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가짜뉴스로 군 사기를 저해하는 민주당이 비정하다”(신주호 부대변인)는 논평도 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20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20

 
하지만 비슷한 시각 민주당은 새로운 약자 예산 삭감 비판을 들고 나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일하는 시간은 길고, 노동강도가 센 민간 일자리로 70대 이상 어르신들을 내몰고 있다”며 정부의 노인 공공 일자리 감축을 비난했다. 정부는 앞서 내년도 노인 일자리 예산을 54억 5000만원 늘리는 대신, 공공형 일자리(6만 1000개)를 줄이고 그보다 적은 시장형 일자리(3만 8000개)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도 5.1% 삭감됐다”며 “고유가에 가스 요금도 오를 텐데 당장 어르신들이 올겨울을 어디서 날지 걱정만 쌓인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6만 8921곳 경로당을 상대로 한 관련 예산을 올해(683억원)보다 5%가량 감액(649억원)한 걸 거론한 것이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정부가 장애인 콜택시 1대당 예산을 1900만원으로 산출했는데, 이는 2012년 국토부가 산정한 장애인 콜택시 평균 운용비용 4600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문제삼은 일이 있었다. 현 정부가 장애인 콜택시 지원 예산을 신설하는데, 장 의원이 “앞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내세우면서 뒤에서 이러면 곤란하다”고 하자 추 부총리가 “국회 심사 과정에서 다시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 긴축 편성은 비단 군인과 노인·장애인 등 약자만을 상대로 한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현 정부 임기 말(2027년) 50% 중반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새정부 재정운용방향’을 확정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역대 최대 지출 구조조정(24조원) 등으로 허리띠를 바싹 졸라맨 내년도 예산안(639조원)을 국회에 냈다.

문제는 야당이 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 완화된 세제를 거론하며 ‘부자 감세’ 프레임을 긴축 재정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22%로 14년 만에 내렸고, 종부세 역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과표 기준을 완화하는 등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제개편안 내용을 뜯어보면 ‘초부자 감세’라는 야당 주장과는 거리가 있고, 6년 만의 예산안 최저 증가율(5.2%) 달성은 퍼주기식 포퓰리즘으로 5년간 400조원 이상 나라빚을 늘린 문재인 정부와의 확실한 차별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속 예산 정국은 점점 가시밭길로 가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60조라는 막대한 초부자 감세부터 하려다 보니 정작 필요한 곳에 쓸 예산이 없다”며 “민생 예산 확보”를 공언했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종부세·주식양도세) 13조원의 초부자 감세만 안 하면 된다”며 “절차나 과정상에서 문제가 없다면 초부자 감세는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막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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