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한 시민이 아베 전 총리 국장에 반대한다고 외치며 분신을 시도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 앞에서 경찰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총리 관저 인근 도로에서 한 남성이 "국장 반대"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한 남성이 불길에 휩싸여있다는 신고가 오전 6시 50분쯤 경찰에 접수됐으며, 분신을 시도한 남성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을 끄려 했던 경찰관 몇 명도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선 '나 개인은 국장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분신을 시도한 남성은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한 후 자신이 70대라고 밝히며 "스스로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
아베 전 총리 경호 실패를 계기로 경비 태세를 대폭 강화한 일본 경찰은 국장을 엿새 앞두고 총리관저 인근에서 벌어진 돌발 사고에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장에는 각국 정상급 인사를 포함해 약 700명의 해외 요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자민당서도 '국장 불참' 선언

지난 8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하는 시민이 '국장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히 당초 국장에 약 2억 5000만엔(약 24억원)이 든다고 축소 발표했던 정부가 이후 요인 경호 비용 등을 포함하면 약 16억 6000만엔(약 161억원)의 세금이 투입된다고 밝히면서 분노는 더욱 커졌다.
교도통신이 지난 17∼18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장에 대한 반대가 60.8%로 찬성(38.5%) 의견보다 크게 높았다. 이런 여론은 기시다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 최근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29%까지 곤두박질쳤다.
여론이 악화하자 정치권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는 국장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입헌민주당·공산당·사민당·레이와신센구미 등 야당 대표들도 줄줄이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집권 자민당에서도 국장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국회의원이 처음으로 나왔다. 무라카미 세이치로(村上誠一郞) 전 행정개형담당상은 21일 국장에 불참하겠다며 "반대가 이렇게 많은 가운데 왜 국장을 강행하는가. (이런 장례식이) 아베 전 총리의 명예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