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8월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앞에서 새 현판 제막식이 열렸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포함한 공수처검사와 수사관 등이 정렬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한 원인을 놓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의혹’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등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일부 검사와 수뇌부 간 이견이 컸고, 그 때 곪았던 게 지금 한꺼번에 터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공수처 안팎에서 나온다.
이견 내면 미운 털, 잘 따르면 총애→내부갈등→릴레이 사의
불법 출국금지·수사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지난해 1월 21일 출범 이후 처음으로 손댄 사건이다. 지난해 3월 3일 공수처법에 따라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고 나흘 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직접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소환 조사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소환 과정에서 김 처장이 보안을 유지하겠다는 명목으로 이 전 지검장에게 자신의 비서와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문재인 정부 검찰의 실세로 통했던 이 당시 지검장을 상대로 ‘황제조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소환 닷새 뒤인 지난해 3월 12일 “아직 수사 인력이 완비되지 않았다”라며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기소권은 제외하고 수사권만 이첩하는 것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다시 사건을 공수처로 보내라”라고 요구했다가 검찰을 중심으로 한 법조계로부터 “듣지도 보지도 못 한 해괴한 논리” 등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2022년 8월 3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종합민원실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또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23일 이례적으로 체포영장을 건너 뛴 채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 당한 뒤 닷새 뒤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 역시 기각당했다.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수사력이 부실하다”라는 지적을 받은 배경이다.
이런 과정에서 쓴소리를 했던 공수처 검사들이 대거 김 처장과 여 차장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고 한다. 장기 미제화하고 있는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등에 대해 “빨리 털어내자”라고 의견을 낸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김 처장 등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으로 평가받는 검사들의 경우 수뇌부와 자주 사적 모임을 가질 정도로 총애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수뇌부 대 휘하 검사 간, 내부 검사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게 공수처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분위기가 조직 내 ‘집단 우울증’ 분위기로까지 악화했고, 결국 ‘릴레이 사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사의를 밝힌 건 최석규(연수원 29기) 부장검사, 문형석(연수원 36기)·이승규(연수원 37기)·김승현(연수원 42기)·김일로(변호사 시험 2회) 검사 등이다.

2022년 7월 29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추가 ‘엑소더스’ 가능성도
김 처장 등은 사직을 원하는 휘하 검사들에게 “올해 말까지만 있어 달라”라고 만류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공수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검사들의 사직 사유를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들다”라며 “인재들이 소신 있게 수사하는 걸 보장해주는 구조인지 심도 있는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