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법인세 10년 면제…기업 유턴 땐 확실히 밀어준다

지난 3월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수천억원을 투자해 목적기반차량(PBV) 공장을 신·증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아가 국내에 완성차 공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한 것은 1997년 화성3공장 건설 이후 25년 만이다. 기아 관계자는 “국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미·중 갈등 장기화 등으로 국내 투자가 일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맞다. 리쇼어링에 대한 인식도 우호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대 기업의 올해 투자 계획을 조사했더니 10곳 중 6곳 가까이(57%)는 리쇼어링을 검토하고 있거나(27.8%) 정부 지원, 국내 환경이 개선될 경우 검토 가능성이 있다(29.2%)고 답했다. 리쇼어링을 검토 중인 기업 비율은 2020년 3%와 비교해 9배 이상 늘었다. 

기업 10곳 중 6곳 리쇼어링 검토 가능성 

경기도 화성시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경기도 화성시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윤석열 정부도 110대 국정 과제에 리쇼어링 지원 강화를 포함하는 등 국내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고 있다. 주로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리쇼어링 기업으로 선정되려면 2년 이상 운영한 해외 사업장 중 25% 이상을 청산·양도하거나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비현실적인 얘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재계는 기업 규모별로 25%는 사정이 다르다며, 특히 대기업에 대한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금융 대출이나 보증 때 해외 실적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 국정 과제에 복귀 지원 강화 포함  

산업부는 지원 조건을 넓혀주는 내용의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 6월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서는 국내 사업장 신·증설 범위를 기존 공장의 유휴 공간에 설비를 도입하는 경우까지 넓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조건 완화와 인센티브 확대를 넘어 현재 국제정세에 맞는 보다 전략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간 국내 노동 여건을 개선할 수 없어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간 중소·중견기업이 돌아오게 하기는 어렵다”며 “반도체 등 전략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금까지 나온 것 이상의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 사진은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 뉴스1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 사진은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 뉴스1

 

“경제안보 차원의 컨트롤타워 필요”

대만의 리쇼어링 정책을 연구한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만은 중국에 2년 이상 투자한 기업이 리쇼어링하면 5000억 대만 달러(약 22조2000억원) 규모의 국가발전기금을 활용해 대출·이자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며 “미·중 갈등 심화로 중국 내 대만 기업들이 정책적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국가 전략 업종의 기업이 돌아올 수 있도록 중요도를 부과해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경제안보 차원에서 부처 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이 시행하는 법인세 10년 면제, 토지 무상 지원 같은 화끈한 지원 없으면 (리쇼어링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호영 중소기업중앙회 KBIZ 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주 52시간제나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관리법 같은 노동·환경 규제가 너무 심하다”며 “아예 클러스터나 특구를 조성해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