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처럼, 김동주처럼… 두산 거포 기대주 김민혁

두산 베어스 김민혁. 사진 두산

두산 베어스 김민혁. 사진 두산

두산 베어스 거포 기대주 김민혁(26)이 조금씩 날개를 펼친다. 이대호처럼, 또는 김동주처럼 화려하게 날아오를 날을 꿈꾼다.

두산은 '화수분'이라 불린다. 주축 선수가 팀을 떠나도, 매년 새 얼굴이 나와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21일 기준 5위 KIA 타이거즈에 6경기 뒤졌다. 8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4경기 차다. 남은 경기는 15경기. 사실상 가을 야구는 끝났다. 팀은 서서히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요즘 김 감독의 마음에 쏙 든 선수는 내야수 김민혁이다. 주로 대타로 간간히 1군 경기에 나왔던 김민혁은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선발 출전하고 있다. 5경기지만 매 경기 안타를 쳤고, 홈런은 3개를 때렸다. 2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도 2타점 결승타를 날렸다.

지난 18일 인천 SSG전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낸 두산 김민혁. 연합뉴스

지난 18일 인천 SSG전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낸 두산 김민혁. 연합뉴스

18일 SSG 랜더스전이 백미였다. 오른손 투수 윌머 폰트의 공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더니 왼손 투수 김택형을 상대로는 밀어서 우월 홈런을 만들었다. 마지막 타석에서도 우중간 2루타를 치며 장타쇼를 펼쳤다.

김민혁은 "(SSG전)영상을 셀 수 없이 많이 돌려봤다. 내가 친 타석은 다시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타격감이 좋다기보단 경기에 나가서 안타가 나오니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한 타석, 한 타석이 소중한 선수인데 결과가 나오니까"라고 말했다.


김민혁은 "군대도 다녀오고,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다. 아직까지 1군 경기는 떨린다. 하지만 형들이 '조금만 더 버티면 때가 온다. 좌절하지 말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NC 박건우도 "민혁이 방망이 실력은 진짜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민혁은 2015년 드래프트 2차 전체 16번으로 지명됐다. 1m88㎝, 95㎏의 건장한 체격을 갖춰 '미래의 4번타자감'으로 기대받았다. 문제는 그의 포지션이 1루수였다는 점이었다. 1군에 올라가는 것조차 버거웠다.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하는 동안엔 배트 반입도 되지 않아 연습도 쉽지 않았다. 

외야수, 3루수 전향도 준비했지만 쉽지 않았다. 2군에선 홈런 54개를 쳤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붙박이 1루수 오재일이 떠난 뒤에도 양석환, 페르난데스가 있어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올해에는 무려 다섯 번이나 1군과 2군을 오갔다.

김민혁은 파워만 좋은 선수가 아니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몸쪽, 바깥쪽 모두 잘 대처한다. 퓨처스(2군) 리그 통산 타율도 3할을 조금 넘긴 0.301이다. 그의 롤모델도 정확도와 힘을 겸비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다.

김민혁은 "처음엔 핸드볼부에 들어갔었다. 취미로 2~3개월 정도 하다 야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나서였다. 김민혁은 "이대호 선배를 보면서 저런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이대호를 따라하다 보니 물흐르는 듯한 그의 스윙이 몸에 배었다.

두산 1루수 김민혁. 사진 두산 베어스

두산 1루수 김민혁. 사진 두산 베어스

김민혁은 올 시즌부터 18번을 쓰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낳은 역대 최고의 타자 김동주가 썼던 등번호다. 김동주 이후 30홈런 이상 때려낸 우타 거포가 없는 두산으로선 김민혁에게 기대가 쏠리는 게 당연하다. 김민혁은 "학창 시절 쓴 적도 있고, 두 번째로 달고 싶던 번호였다. 사실 김동주 선배님을 의식한 건 아니었다. 팬 분들에게는 특별한 번호니까"라고 웃었다.

김민혁은 지난해 아들(하준)을 얻었다. 지난 11일 잠실 KIA전에선 아들이 처음으로 야구장에 온 날 결승타를 때려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즐겁다. 김민혁은 "지금 이 느낌 그대로 시즌 끝까지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