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지역과 세계 안보와 번영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난, 만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주권국가를 침범한 모스크바에 지원을 제공할 경우의 함의를 거듭 강조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간 소통 채널을 유지할 필요성을 토론했으며 양국 간 이익이 교차하는 곳에서는 협력에 열려있는 미국의 입장을 강조했다고도 덧붙였다.
왕이 부장은 ‘하나의 중국’을 역설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공개적으로 대만을 협력해 방어하겠다 공언하면서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신호를 보냈다”며 “미국은 미·중 3개 공동성명과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있는 그대로(原原本本·원원본본) 되돌아가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깨끗하게(幹幹淨淨·간간정정) 밝히고, ‘대만독립’ 분열 활동을 명백하게(淸淸楚楚·청청초초) 반대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은 (뉴욕) 회담이 솔직하고 건설적이었으며 중요했다고 여겼다”며 “소통을 계속 유지하기로 동의했다”고 알렸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충돌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필요성에 의견 일치를 봤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번 뉴욕 미·중 외교장관 회담은 90분간 계속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지난 7월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담 당시 가졌던 5시간 회담 이후 첫 만남이다. 회담의 핵심 의제는 대만 문제였다.
관영 신화사 산하의 SNS ‘뉴탄친(牛彈琴)’은 24일 “미·중 태도가 적어도 한 가지, 현재가 곤란한 시기이며 모두 현재 상태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 일치했다”며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고,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번 뉴욕 회담을 통해 오는 11월 미·중 정상 간 대면 회담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리밍장(李明江) 싱가포르 남양공대 교수는 “이번 회담으로 미·중 고위층 간 소통이 긴장된 정세 속에서도 끊임이 없음을 보여주면서 오는 11월 양국 정상간 대면 회담의 가능성이 비교적 커졌다”고 25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밝혔다.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다자 회담이 미·중에게 교류 회복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하지만 양국 관계가 회복될 지 여부는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77회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이 “中, 우크라이나 평화 해결 노력 지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왕 부장은 대화와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유리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며 “가장 급한 일은 평화와 대화를 촉진하고, 근본을 해결하는 대책은 각 측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고, 균형되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중국은 각 측이 위기의 외부 유출 효과를 억제하고, 개발도상국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발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임박한 중국의 당 대회 등 정치 일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도중 말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전 고문 “푸틴 결정에 시진핑 영향받아”
일라리오노프는 “21일 푸틴의 연설에 담긴 동원령, ‘국민투표’, 핵무기 위협은 모두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발표됐다”며 “이는 9월 17일과 18일, 적어도 그보다 하루 이틀 전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마르칸드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이 열린 시점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했을 발언에 대해 일라리오노프는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일부 유출된 정보와 바디랭귀지를 볼 때, 시 주석은 파트너에게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 일을 끝내라고 건의했고, 예를 들어 10월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직전이며 러시아의 패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7개월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이것이 시 주석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으며, 그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일에서 연약함을 드러내게 하였다. 하지만 시 주석은 자신이 약하게 보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폴란드 카르파츠에서 열린 한 경제 포럼에 참석한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 전 푸틴 대통령 고문이 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