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3월 6일 오후 서울로 귀환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직 주미 특파원 모임인 한미클럽은 25일 이달 발행한 외교·안보 전문계간지 '한미저널 10호'를 통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교환한 27통의 친서 전문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2019년 8월 5일자 친서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해당 친서를 보낸 시점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기로 한·미 국방부가 연합훈련을 할 것이라고 발표한 직후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이를 각하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며 "실무급 양자 협상을 앞두고 도발적인 연합 군사훈련이 취소 또는 연기될 것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이 '도발'이라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얘기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북·미 판문점 회동 직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대목과 미국인 억류자 석방·송환 및 유해 송환 등을 지적하면서 "나는 우리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호응적·실용적으로, 현 단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그 이상을 했다"며 "하지만, 각하께서 해준 것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김정은이 판문점 회담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며 "이는 한·미동맹 약화와 직결되는 문제로서 북한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남북 회담 이틀 후 "文 관심 불필요"
앞서 2018년 9월 19일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 결과물인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평양공동선언엔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완전한 비핵화'가 문구로 명시됐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과 '완전한 비핵화'를 얘기한 이틀 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문 전 대통령의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전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8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과 톱다운(Top-Down)방식의 협상을 이어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노이 노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019년 3월 22일자 친서에서 "우리의 만남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위원장님과 저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김 위원장을 달랬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북 압박을 기조로 한 실무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면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를 기다리며 바이든 행정부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는 워싱턴의 평가가 전혀 우스꽝스러운 것만도 아님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이날 6시 53분쯤 북한이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00여㎞, 고도는 60여㎞, 속도는 약 마하 5로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