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은 아시아흑곰의 아종으로 과거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웅담을 노린 밀렵,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 6‧25전쟁 등으로 수가 크게 줄었고, 이후로도 이어진 밀렵과 산업화 및 서식지 파괴로 절멸에 가까운 상태가 됐죠. 1982년 천연기념물로 등록되고 1998년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어요. 세계적으로도 아시아흑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집(IUCN Red List)에서 취약종으로 분류됩니다.

2022년 6월 기준 전국에 322마리 사육곰이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돼 있다. 사진은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강원도 화천의 한 농장서 구조한 사육곰 중 미자르.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사육곰, 넌 누구냐
다만 1985년 사육곰 수입이 금지됐고, 1993년에는 우리나라가 멸종위기야생동물의 국제간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수출도 못 하게 됐어요. CITES는 멸종위기종의 무분별한 포획‧거래를 국제적으로 금지하거든요. 이에 정부는 농가 손실 보전을 위해 1999년 24세 이상 곰의 웅담 채취를 위한 도살을 합법화하고, 2005년에는 그 기준을 10년으로 낮췄어요. 세계적으로 웅담 채취용 곰을 사육하는 게 합법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뿐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도지예(맨 오른쪽) 활동가를 만나 사육곰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나날이 열악해지는 상황에 놓인 사육곰의 실태를 알고 여러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죠. 그중 사육곰에 집중해서 활동하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도지예 활동가는 “사육곰 실태를 널리 알려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고 남은 삶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구조 및 보금자리(생추어리‧sanctuary)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라고 설명했죠.
“수의사‧트레이너‧변호사‧디자이너‧학생 등 사육곰 문제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모여 2018년부터 활동하고 있어요. 사육곰을 비롯한 사육되는 야생동물 복지 등도 연구하고요. 다른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2019년엔 동물자유연대와 전국 사육곰 농장 조사해 보호시설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난해에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곰 사육을 포기한 강원도 화천의 한 농장에서 곰을 구조해 보호하고 있죠. 이러한 연대를 통해 지난 1월 환경부 주최로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협약식도 열었습니다.”

국내 사육곰은 나날이 열악해지는 상황에 놓여있다. 제때 청소하지 않아 오물로 가득한 곳에 방치된 사육곰.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사육곰 반달가슴곰은 다 아시아흑곰의 아종인데요.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한반도‧극동러시아에 서식하는 아종이고, 사육곰은 일본‧동남아시아 아종이라 유전적으로 조금 달라요. 우리나라 법은 지리산 반달가슴곰만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죠. 사육곰은 한때 산 채로도 웅담을 채취했는데, 이러한 가혹 행위 역시 법적으로 처벌 근거가 없고 합법적이었던 거예요. 지금도 10년 이상 기른 사육곰은 웅담 채취 목적으로 도살하는 게 합법입니다. 진돗개의 경우와 비슷해요. 진도에서 혈통을 따져 심사를 통과한 진돗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지만, 아닌 경우 팔려나가 식용으로 전락하죠.”
열악한 사육장 환경
“지난 6월 환경부 통계 기준 전국 20개 농장에 322마리가 있는데요. 사육곰은 제대로 된 먹이도 먹지 못하고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방치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개 사료의 경우 영양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는 없어요. 다만 야생에서는 자연스러운 먹이가 아니고, 식물성 먹이보다 소화가 빨리 돼 빨리 배고파져요. 또 우리가 매일 똑같은 밥만 먹으면 질리듯, 맨날 고작 한 끼를 개 사료만 주면 곰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큰 정신적 문제가 되죠. 음식 쓰레기의 경우 신선하고 상태가 좋으면 곰들이 다양한 먹이를 먹으며 촉감놀이도 할 수 있긴 해요. 다만 우리 음식은 염분이 높은 게 많은 데다 오래돼 상태가 나쁘면 당연히 곰 건강에도 안 좋습니다.”

국내 사육곰은 나날이 열악해지는 상황에 놓여있다. 좁은 사육장에 갇힌 곰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도 활동가는 사육곰이 갇힌 낡고 좁은 철창도 꼬집었어요. 반달가슴곰은 몸길이 120~190cm, 몸무게는 65~200kg 정도인데요. 사육곰은 땅에서 30cm 정도 떠 있는 형태의 ‘뜬장’에 갇혀 철창 틈으로 발바닥이 푹푹 빠져 갈라지고 다치기 일쑤고요. 작은 사육장에 여러 마리를 같이 두거나 바닥으로 떨어진 오물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악취에 시달리는 게 기본이죠. 비위생적인 환경이라 털이 자라지 않는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요. 사육한 지 40년 가까이 돼 낡은 시설에서 허술한 관리감독을 틈타 곰 탈출 사고도 벌어집니다. 녹색연합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여 건의 곰 탈출 사고가 있었죠.

수의사가 주사를 놓는 동안 옆에서 꿀물 등을 준다. 채혈 또한 곰들의 건강을 위한 훈련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탈출한 곰은 꼭 사살해야 하나요?” 예현 학생기자가 질문했죠. “탈출한 사육곰이라고 무조건 사살하지는 않습니다. 용인 곰 탈출 사건의 경우 최대한 포획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사람이 위험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총 3마리를 사살하게 됐죠. 만약 포획해도 현재는 따로 보호할 공간이 없고, 사육곰은 사유재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법 번식한 개체가 아니라면 주인에게서 뺏을 수 없어 다시 탈출했던 농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화천 곰 소개
철창 밖을 꿈꾸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그가 소개하는 각각의 곰들을 유심히 살펴봤어요. 처음에는 사육장으로 구분해 각각 U라인‧L라인으로 나누고 순서대로 숫자를 붙여 개체를 구별했는데요. 그동안 꾸준히 시민들에게 곰들을 소개하고 이벤트를 해서 이름을 지어왔죠. 아직 공모를 받지 않은 3마리 외에는 봄바‧미소‧알코르‧미자르‧어푸‧칠성‧칠롱‧미남이‧우투리‧유식이‧라미 등 이름이 생겼어요.

활동가들이 각종 과일·야채 등 먹이를 준비하고 있다. 화천 곰들은 하루 2~3kg 정도 먹는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건강관리를 위해 3달에 한 번씩 체중을 재고 혈액검사도 하는데요. 곰이 싫어하면 강제로 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수의사가 주사를 놓기 위해 철창 사이로 곰이 앞발을 내밀면 꿀물을 주고, 체중계에 맛있는 먹이를 올려두고 스스로 올라가게끔 하죠. 치과 치료를 위해 입 벌리기도 연습하고요. 이런 훈련은 곰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야생보다 자극이 적은 사육곰의 삶에서 좋은 자극이 됩니다. 곰들은 단 것을 좋아해서 약을 줄 때 과일이나 마시멜로에 숨겨서 주는데, 그래도 쓴 약을 알아채고 뱉어내기도 하죠.”

곰에게 약을 줄 땐 달콤한 과일·마시멜로 등에 숨겨서 준다. 약을 먹고 있는 미자르.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봄바가 뒹굴뒹굴 나뭇가지를 갖고 놀고, 어푸가 신나게 거품목욕을 하는 영상을 보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얼굴엔 절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생추어리 건립이 늦어지면서 여전히 농장에 머무는 화천 곰들을 위해 야외에 작은 방사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어요. “방사장에 나갔을 때 싸우지 않기 위해서 곰들끼리 서로 마주보는 훈련, 복도에 나갔다가 신호를 주면 방으로 들어가는 리콜 훈련 등도 하고 있죠. 나중에 생추어리에 가서 살더라도 훈련은 꼭 필요합니다. 곰들의 건강관리, 곰과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화천 곰 소개
최소한의 조건, 생추어리

그냥 먹이를 주는 것보다 어구공에 넣어 주면 곰은 곧잘 가지고 놀다가 스스로 먹이를 빼 먹는다. 어구공 역시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육곰 생추어리가 없습니다. 지난 1월 26일 환경부가 주최한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식을 통해 밝힌 종식 이행 계획에 따르면 2026년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가 금지되지만, 사육곰이 갈 곳이 없는 거죠. 지난 4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6명이 대표 발의한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심사받고 있어요. 현재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사육곰 보호시설 조성이 예정돼 있습니다. 구례의 경우 49마리 규모로 2023년 말 완공이 목표고, 서천은 70마리 규모로 2025년 완공이 목표죠.

물놀이를 좋아하는 곰들은 거품 목욕도 곧잘 즐긴다. 목욕은 갇혀 지내는 사육곰을 위한 행동 풍부화 훈련 중 하나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설명을 듣던 중근 학생모델이 “사육곰을 산에 풀어주거나 하면 안 되는지, 수족관에서 제주 바다로 방생된 제돌이‧복순이처럼 야생으로 간 사육곰은 없는지” 질문했어요. 도 활동가는 “사육(감금) 상태에서 태어나 평생 갇힌 채 길러진 동물은 야생으로 돌아가서 생존하기 쉽지 않다”며 “혹시 불법으로 증식돼 개체 파악이 안 된 곰 중에 탈출한 곰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알려진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죠.

베트남의 생추어리 애니멀스 아시아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는 곰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사육곰을 위한 생추어리에 필요한 조건이나 기준이 있을까요?” 지우 학생기자의 질문에 그는 세계 생추어리들을 인증하는 국제생추어리연맹(Global Federation of Animal Sanctuaries)이 만든 기본 요건을 알려줬어요. 첫째는 번식 금지, 둘째는 동물이나 그 부속물 상업거래 금지, 셋째는 안내자 없이 관람 금지, 넷째는 동물 전시 혹은 생추어리 밖으로 옮기는 행위 금지, 다섯째는 대중이 야생동물과 직접 접촉 금지입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화천 곰 소개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한국 최초 민간 곰 생추어리를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해외 생추어리도 참고하고 있죠. “베트남에 있는 애니멀스 아시아, 곰 특화 생추어리인 프리 더 베어스와 꾸준히 교류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화천 곰들의 식단을 짤 때 해당 생추어리의 사례를 활용하는 등 현재 곰들의 생활부터 생추어리 조성에 필요한 내용 등도 조언을 받죠.”
동물이 주인공인 공간, 생추어리에서 최대한 많은 사육곰들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길 기원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현재 고통받는 사육곰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질문했습니다. “주변에 사육곰 문제를 알리고, 저희 같은 시민단체들이 사육곰 보호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사육곰 문제에 대해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해 주세요.”

사육곰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강원도 화천서 구조된 사육곰을 살펴봤다. 왼쪽부터 나예현·박지우 학생기자·송중근 학생모델.

나예현 학생기자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박지우 학생기자
-박지우(서울 목운초 6) 학생기자

송중근 학생모델
-송중근(서울 강덕초 4) 학생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