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우 정치에디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신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회고록에서 "너무 아까운 후보다. 정치권에 이 후보처럼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쪽의 비리 의혹은 증거가 나와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언론은 외면했다"며 "반면에 이 후보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의혹을 부풀렸다"고 말했다. "당은 이재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이 대목이 회고록에서 진짜 말하고 싶은 부분으로 읽혔다.

2018년 9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둘의 관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현 킨텍스 대표이사)씨다. 회고록에서 밝혔듯 이 전 대표가 2006년 북한을 방문할 때 같이 갈 만큼 이씨는 '이해찬의 최측근'으로 불렸다.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되고, 없던 평화부지사 자리를 만들어 이화영씨에게 준 건 '당내 비주류로서 이해찬 대표를 포섭하려는 구애'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이씨는 현재 쌍방울로부터 4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버럭 총리'로도 유명하다. 회고록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악역을 자처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과연 그럴까. 이 전 대표 성품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2년 전 있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 추문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 전 대표는 여당 대표로 조문했는데, 빈소에서 한 기자가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의 대응을 할 것이냐"고 묻자 "그런 걸(질문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고 불같이 역정을 냈다. 해당 기자를 몇초간 노려보고는 그걸로도 분이 안 풀렸는지 자리를 떠나며 "XX 자식 같으니라고"라고 했다. 이게 다 공개석상에서 이뤄졌고, 막말은 생중계되듯 전파됐지만 'XX 자식'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그 후에도 결코 사과하지 않았다. 물론 회고록에서도 이때 일화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랬던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석상에서 혼잣말로 '이 XX'라고 말한 일종의 해프닝을 두고 거품을 물며 공격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역시 정치란 뻔뻔해야 오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