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민얼굴기형돕기회 의료진 20여명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얼굴기형 어린이 수술을 하는 모습. 25년간 4200명의 현지 어린이들이 웃음을 찾았다. 이에스더 기자
“이제 우리 아기도 활짝 웃을 수 있겠죠?”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 108중앙군사병원에서 만난 황 티 티업(34)은 22개월 난 아들 로 호앙 하이를 품에 안은 채 이렇게 말했다. 아기 얼굴을 내려다보는 엄마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박깐의 시골 마을에 사는 모자는 한국 세민얼굴기형돕기회(Smile for Childrenㆍ이하 세민) 의료진들이 의료봉사 온다는 소식에 5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아기는 구순구개열(입술ㆍ입천장 갈림증)을 갖고 태어났다. 입술이 인중까지 길게 갈라졌고, 입천장에도 균열이 있다. 아이에게 얼굴 기형은 단순히 미관상 문제가 아니다. 한창 말을 배울 때인데 발음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엄마는 “메(엄마), 보(아빠)라고 또렷하게 말을 못한다”라고 전했다. 음식을 씹어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어렵다. 귀에 물이 차올라 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윤인대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장이 수술을 희망하는 어린이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에스더 기자

한국 의료진이 수술을 앞둔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이에스더 기자
첫날 한국 의료진 방문 소식에 120명가량의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어려운 형편에 수술을 받지 못해 장애를 안고 살던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구순구개열이 가장 많았고, 눈이 1mm도 채 떠지지 않는 선천성 안검하수 환자도 상당했다. 손가락이 서로 붙은 합지증 환자도 찾았다. 세민 의료진은 현지 의사들과 함께 문진ㆍ검사 등을 거쳐 수술이 가능한 어린이 70명을 추려냈다. 이튿날부터 5일간 수술실 3곳에서 하루 10시간 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최수련 분당서울대병원 마취과 전공의는 “앞서 다녀온 선배들이 ‘뜻깊은 봉사활동’이라고 말해줘 인턴 때부터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 의료봉사 첫날, 한국 의료진 방문 소식에 어린이 환자와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이에스더 기자
세민은 백 교수의 친형인 백세민 박사(당시 백병원 성형외과 교수)의 주도로 1989년 시작됐다. 초창기엔 국내 취약계층 어린이 치료에 매달리다 차츰 국내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백세민 박사가 1996년 은퇴한 이후 백 교수가 세민을 이끌었다. 세민의 베트남 의료 봉사는 25년째다. 1996년 첫 봉사 이후 코로나로 2년간 베트남 국경이 막혔을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빠짐없이 찾았다. 지금까지 베트남을 찾은 한국 의료봉사단은 연인원 500명이 넘는다. 14개 지역의 총 4200명의 베트남 안면기형 어린이가 수술을 받았다.

2009년 베트남 의료봉사 때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와 아기 환자. 사진 세민얼굴기형돕기회
세민 의료진은 방문 때마다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기, 전기 소작기, 환자 모니터링 기기, 수술재료 등을 한국에서 실어와 현지 병원에 기증했다. 이번에도 14박스를 싣고 왔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에 베트남 의사 14명을 초대해 1년간 연수 기회를 줬다. 백 교수는 “물고기를 잡아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 108중앙군사병원서 열린 세민얼굴기형돕기회 의료봉사 25주년 기념식. 사진 SK에코플랜트
백 교수는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를 찾아주기 위해 앞으로 힘닿는 때까지 계속 봉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의 의료봉사 때 SK 자원봉사단 써니(SUNNY)가 동행했다. 수술 전, 후 어린이들과 다양한 놀이를 하며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사진 SK에코플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