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을 통해 미리 엠바고(보도시점유예)가 걸린 영상을 받았다’는 여권과 일부 언론의 주장은 조작된 ‘정치소설’에 불과하다”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이날 “윤 대통령 발언이 담긴 엠바고 영상을 현장에서 한국으로 송출 완료했던 지난 22일 오전 7시30분에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입수해 대응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22일 오전 9시30분부터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했다”고 비판했는데, 이를 두고 “MBC가 민주당 지도부에 해당 영상을 보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박 원내대표 발언 경위와 지도부의 논의 시점을 일일이 공개하며 재반박했다. 권혁기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은 기자단 공지에서 “22일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원내대책회의 비공개 사전회의가 열리던 중 해당 발언이 인지된 것은 관련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던 오전 9시 이후였다”며 “이후 SNS를 통해 관련 영상까지 돌자 박 원내대표가 이를 직접 확인하고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공개회의에서 비판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MBC라디오에서 “(여당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들 머릿 속의 이야기를 함부로 주장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박 원내대표 발언 전부터 윤 대통령의 논란 발언 영상이 이미 돌았고 그것을 민주당이 입수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 당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사고 쳤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소속 최지용 비서관(이동주 의원실)도 직접 CBS라디오에 출연해 해명했다. 그는 “SNS에 돌아다니는 글을 봤고, SNS에 떠도는 영상을 확인하고 글을 쓴 것”이라며 “박 원내대표도 저와 상황이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실 보좌진이 직접 라디오에 출연해 특정 사실을 설명한 것은 이례적이란 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2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은 “여권의 ‘정언유착’ 덮어씌우기에 절대 말리면 안 된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외교참사야말로 총제척 무능함에 빠진 대통령실의 상징적인 사건일 수 있다”며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동력을 강하게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국민의힘은 야당과 언론을 향한 무리한 덮어씌우기 시도를 중단하고, 대통령의 욕설로 시작된 외교참사에 대해 국민께 책임 있는 여당의 태도를 보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