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할 땐 잠적정치? '신병이상설' 시진핑 열흘만에 등장했다

27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수뇌부가 이날 베이징전람관에서 개막한 성취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7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수뇌부가 이날 베이징전람관에서 개막한 성취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전람관을 찾아 ‘분투전진 신시대’를 주제로 한 성취 전시회를 참관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이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이 공개 활동으로 TV 화면에 등장한 것은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11일 만이다. 자신의 3연임을 확정할 중국공산당(중공)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대)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시 주석이 두문불출하자 해외 반중(反中) 매체를 중심으로 신변이상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특히 지난 21일 중국 국방부 청사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이 참석한 ‘중공 국방 및 군대 개혁 세미나’에 시 주석이 불참하면서 억측이 힘을 얻기도 했다. 당시 세미나를 보도한 CC-TV 뉴스 화면에서 이달 초 면직된 리차오밍(李橋銘) 전 북부전구 사령관이 앞 좌석 중앙에 앉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정변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27일 시 주석이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상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 및 정치국원과 함께 등장하면서 기존 억측은 단순 루머로 판명났다. 시 주석은 당 대회 개막 전 관례로 열려 온 업적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간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동태청령)’ 방역 정책에 따라 격리 중이었음을 입증했다. 지난 19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국상에 참석한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관람에 빠진 것도 격리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에 머무는 덩위원(鄧聿文) 전 중앙당교 학습시보 부편집인은 “‘동태청령’은 시진핑이 고수하는 정책으로 국가지도자인 자신이 지키지 않는다면 남들에게 어떻게 강요하겠냐”며 “남들이 준수하도록 자신이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이 지난 7월 1일 홍콩 반환 25주년에 참석하고 베이징으로 돌아온 뒤에도 13일간 잠적해 여러 억측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올 2월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외국 정상을 만난 뒤에도 9일간 격리하며 잠적한 바 있다.


27일 중국중앙방송(CC-TV)이 이날 베이징전람관에서 개막한 성취전시회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최고 수뇌부의 모습을 방영했다. AP=연합뉴스

27일 중국중앙방송(CC-TV)이 이날 베이징전람관에서 개막한 성취전시회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최고 수뇌부의 모습을 방영했다. AP=연합뉴스

 
최근 중국의 경제·외교 위기를 감안해 이번 격리가 시진핑 특유의 ‘잠적 정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시 주석은 총서기 취임을 앞둔 지난 2012년 9월 1일 자신이 교장으로 있던 중앙당교 가을 입학식 이후 15일 베이징 농업대를 시찰하기까지 보름간 사라져 건강 이상·테러·사보타주(태업) 등 각종 ‘설(說)’을 유발한 바 있다. 당시 잠적 기간에 혁명 원로의 자제를 찾아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는 등 각종 억측이 이어졌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시 주석은 각종 절차가 투명하지 않아 ‘블랙박스’에 비유되는 중공 특유의 정치 관행에서 집권 전에도 ‘신비한 은신(神隱·신은)’이라 불리는 잠정 행각을 종종 보였다고 한다. 주로 정세가 불리하거나 혼란할 경우 모멘텀 전환을 위해서였다. 이번엔 과도한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경제 성장률 하락, 공세적 외교정책이 초래한 글로벌 포위망 강화와 반중 정서 확산 등 3연임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을 특유의 ‘잠적 정치’로 희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