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가 꾸준히 하락 흐름을 이어감에 따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다음 주에도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연합뉴스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초과이윤세)’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3분기 정유업계 이익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12조3200억원에 달했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1075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지만 전 분기(2조329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증권가 전망치는 8744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전 분기 실적(1조7220억원)을 훨씬 밑돈다.
업계는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20년과 지난해 실적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좋지 않았던 데다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례적 호황을 누려 이 같은 3분기 전망이 나온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 대외 악재가 잇따라 단순히 2분기 초호황에서 정상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년 같은 분기보다는 개선 예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루 기준으로는 지난 15일 배럴당 -1.6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9월 이후 2년 만의 마이너스 정제마진이다. 16일 -2.95달러 등 20일까지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업계는 정제마진 하락 요인으로 휘발유 수요 둔화 등 수요 위축을 들었다. 중국이 휘발유 등 정제유 수출 쿼터(할당량)를 1000만~1500만t 늘릴 것이라는 관측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장기 침체 따른 수요 위축 우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27일 가격은 84.25달러로 하반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사는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고환율) 움직임도 부담이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벌어들인 돈으로 내년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호조로 이익이 났지만 수치들이 반대로 가면서 하반기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7~8년 전과 비교해 정제마진이 높은 편이라 아주 부정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