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와 관련해 “양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 도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 측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법률 집행 과정에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등 금융공조 방안 논의
이날 회담은 뉴욕에서 불거진 한·미 정상 간 ‘48초 스탠딩 환담’ 논란을 의식한 듯 예정보다 2배가량 길어진 85분간 이어졌다. 양국 최고위급 인사 간 접견이 별도의 오·만찬 없이 1시간 이상 진행된 건 드문 일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과 사전 환담을 통해 돈독한 개인적 유대감과 신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한 가운데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가짜뉴스' 폐해 언급한 해리스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표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에 대한 철통 같은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확장억제 등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한 긴밀한 공조와 협의도 재확인했다. 대만 해협과 관련해선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군사 동맹에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이 한·미 동맹의 발전을 위한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전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도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정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한·미 동맹이 더욱 발전해 나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선 내년 7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을 기념한 윤 대통령의 방미 계획 협의와 양국 우주 분야 간 협력 강화 논의도 이어가기로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개인적으로 ‘안부를 꼭 전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올해 굉장히 생산적인 방한을 가졌다는 말씀을 했다”는 말을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美, 尹정부에 힘 실어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번 회담에 대해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수세에 몰린 상황을 고려한 듯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선물을 전하며 힘을 실어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85분간 이어진 긴 회담과 국내 비속어 논란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준 부분이 눈에 띈다”고 했다. 다만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IRA 등과 관련한 협의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