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관 절반 막혀도 자각 증상 미미
특히 혈관 벽이 두꺼워져 좁아진 탓에 혈류 저하가 만성화하면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5년 국제학술지 ‘Strok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경동맥 혈관 벽 두께가 0.1㎜ 두꺼워질수록 5년 후 경도인지장애·치매 발생 위험이 25% 높아졌다. 문제는 경동맥의 경우 혈관의 절반 정도가 막혀도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뇌경색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심장이나 팔다리에 혈관병을 앓고 있다면 40~50대부터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우 교수는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지거나 갑작스럽게 손발에 힘이 빠지고 어지럼증·안면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초음파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혈관의 협착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동맥 협착증의 주된 치료 목적은 뇌경색을 예방하는 데 있다. 협착의 정도와 증상 발생 여부에 따라 뇌경색 위험도가 달라지므로 초음파검사를 통해 뇌졸중 위험성부터 판단한다. 6개월 이내에 경동맥 협착으로 인해 뇌경색이나 일과성 뇌허혈 증상이 있었던 경우엔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협착이 발생한 경동맥을 절개한 후 혈관을 막고 있는 지방조직 등을 제거한 뒤 봉합하는 경동맥 내막 절제술, 혈관 안쪽에 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삽입술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엔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사례가 꽤 많다. 이렇게 무증상 협착인 경우 수술·시술이 필요할지 고민스럽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고 경동맥 협착 정도가 50% 미만일 땐 위험 인자 조절을 최우선에 둔다. 무증상 협착에서 뇌경색 발생률은 0.3% 정도로 낮은 편이다. 흡연자라면 금연하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며 필요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식으로 관리해도 괜찮다. 또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통해 협착 정도가 더 심해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다만 무증상자라도 협착의 정도가 70% 이상이고 나이나 다른 혈관 상태를 고려해 수술·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하루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좋아
이 밖에도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경우, 동맥경화반이 울퉁불퉁하거나 표면이 궤양처럼 파여 있는 경우, 동맥경화반 내부에 출혈을 동반하거나 지방질이 큰 경우는 혈전이 생겨 경동맥을 막거나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을 위험성이 높다고 본다. 우 교수는 “수술·시술 후에도 재협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지속해서 위험 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험 인자를 관리하려면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치료 목적으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운동해야 한다. 식사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저지방 유제품, 생선, 식물성 지방으로 이뤄진 지중해식이 권장된다. 운동은 격렬한 종목보다 하루 30분, 주 3회 이상 빠르게 걷거나 천천히 뛰는 게 좋다. 숨은 차고 땀은 나지만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가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