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3 대입 수시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학부모들이 입시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과 침공' 막을 입시 설계하는 대학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입학처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3개 대학 입학처장이 참석해 문과 침공 문제를 논의했다. 뉴스1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문과 침공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교육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고교기여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는 전형(학생부/수능) 운영’에 10점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이 지표가 사실상 문과 침공을 해소하라는 요구라고 해석한다. 고교기여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으려면 정부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다.
문과 침공은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교차 지원이 활발해지면서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이과생이 대거 입학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른바 ‘SKY’ 대학의 2023학년도 정시모집 인문계열 합격생 중 이과생(수능에서 미적분, 기하, 과학탐구 선택)은 서울대 45.4%, 연세대 64.9%, 고려대 41.0%에 달했다.
교육부가 요구하는 입학 전형 예시에는 필수 응시 과목 폐지,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 통합 등이 포함돼있다. 모두 문과생의 상대적 불리함을 해소하는 조치에 해당한다. 필수 응시 과목은 주로 의·약대나 이공계 학과에서 수학이나 과학을 지정하는데, 이 때문에 문과생은 이과 계열에 진학하기 어렵다. 또 변환표준점수 통합은 대학별로 별도 점수 산출 방법을 만들어 사회·과학탐구 과목 간 유불리를 완화하라는 취지다. 현재 통합 수능 점수 산출법에 따르면 최상위권이라도 과학 응시자가 사회 응시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선택권 제한 없어야”…의대 가는 문과생 늘까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대교협 관계자는 “가·감점에 대해서는 안내한 적이 없고 일일이 지정할 수도 없다”면서도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돼선 안 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구체적인 평가 방법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얼마나 교차지원의 빗장을 허무느냐가 사업 선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공계 뿐 아니라 의약학계열도 문과생 교차지원 기회가 넓어질 전망이다. 2024학년도 대입 기준 전국 39개 의대의 모집 정원은 3091명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 중 사회탐구 과목 점수를 제출할 수 있는 대학은 4곳(성균관대, 가톨릭관동대, 순천향대, 이화여대) 뿐이다.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확률과통계 점수를 제출할 수 있는 곳도 7곳(성균관대, 건양대, 경상국립대, 가톨릭관동대, 순천향대, 이화여대)밖에 없다. 나머지는 사실상 이과생만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제한이 풀리면 문과생의 의대 지원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를 통해 실제 의대에 합격하는 문과생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통계가 고득점을 받기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이 여전히 이과생보다는 불리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