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CCTV 있어 뇌물 못 받는다"…검찰 "그 CCTV는 가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 CCTV 가짜입니다.”(검사)

“작동하지 않은 시점이 확실하지 않습니다!”(정진상 전 실장 측 변호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가 29일 실시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의혹 첫 재판에서 폐쇄회로(CC)TV 논쟁이 벌어졌다. 정 전 실장의 성남시청 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작동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 사무실은 정 전 실장이 2013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현금 4000만원을 건네받은 장소로 검찰이 지목한 곳이다.

정 전 실장 측은 사무실 배치도와 CCTV 위치 등을 제시하며 “성남시청 사무실은 뇌물 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장소”라고 주장했다. “사무실이 시장실 앞에 있는 열린 공간에 위치해 있었다. 뇌물을 들고 오는 사람을 막기 위해 소리까지 녹음되는 CCTV를 설치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 전 실장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정 전 실장의 책상 위, 시장실, 사무실 문 앞에까지 CCTV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을 들며 “다수의 사람이 오가는 시청 내 사무실에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건 전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그 CCTV는 가짜”라며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정 전 실장 측 조상호 변호사가 ‘언제부터 작동하지 않았는지 확실치 않다‘는 취지로 언성을 높였다. 결국 재판부가 “이 부분은 의견 주장이고, 증거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며 중재에 나서며 1차 논쟁이 일단락됐다.


유동규 “정진상 자리, CCTV 사각지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마무리되나 싶었던 ‘CCTV 논쟁’의 불씨를 되살린  유동규 전 본부장이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오후 재판에서 현금을 전달한 구체적인 방법과 정황을 증언하며 검찰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 시작 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CCTV가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전에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정 전 실장이 ‘저거 안 된다. 작동 안 한다’ 말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역시 오후 재판에선 더 적극적으로 정 전 실장 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확인 결과, 해당 CCTV는 회로 연결이 안 돼서 촬영 기능이 아예 없는 모형”이라며 “불투명한 시트지로 가려진 회의실을 가로질러 설치돼, 작동이 돼도 회의실 옆에 있던 정 전 실장 자리를 비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관리 번호가 붙는 시청 내부의 다른 CCTV와 달리, 시장실과 비서실 CCTV에는 할당된 관리번호가 없다는 점도 ‘가짜 CCTV’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이후 정 전 실장 측이 “우리도 물증이 있다”며 향후 변론하겠단 취지로 한발 물러서며 논쟁은 일단락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 등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지분의 428억원 상당을 나눠 가지기로 한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사업 편의 제공 명목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2013~2014년과 2019~2020년 총 2억 4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도 받고 있다. 

정 전 실장은 2021년 9월 유 전 본부장에게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의혹도 있다. 뇌물공여와 증거인멸로 같은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날 뇌물공여 혐의는 모두 인정했으나 증거인멸 혐의는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