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이 대세인데…국내 제조기업 준비는 5점 만점에 1.21점”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F AW 2023)에서 관람객들이 지멘스 부스에서 DX에 대한 설명을 듣고있다.박해리 기자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F AW 2023)에서 관람객들이 지멘스 부스에서 DX에 대한 설명을 듣고있다.박해리 기자

 
“국내 제조 기업의 디지털전환(DX) 준비는 5점 만점으로 따져 1.21점 수준에 그친다. 중소기업의 64%는 디지털화 전략이 전무하다. 그만큼 미래가 불안하다는 얘기다.”

이영환 고려대 디지털혁신연구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DX 속도와 이해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DX 글로벌 경쟁력 혁신 콘퍼런스’에서다. “작게는 제조 공정에서 DX를 구현하는 게 먼저”라는 게 그의 일침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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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DX를 추진 또는 계획 중인 곳은 18.5%에 불과했다. 지난해 9만3000여 개 기업 모집단에서 3000여 곳을 표본 추출해 조사한 수치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펴낸 ‘디지털전환의 국내외 추진 현황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DX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응답은 9.7%뿐이었다. 

국내 기업의 소극적인 디지털 행보는 해외 기업의 발 빠른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정보분석 업체 AI멀티플에 따르면 미국 1200여 개 기업 대상 조사에서 2018년 1400만 달러에 머물렀던 DX 투자 금액은 지난해 1조7800억 달러로 증가했다.

DX는 디지털 기술을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 적용해, 조직 운영과 문제 해결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DX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분석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1조1800만 달러였던 글로벌 DX 투자 금액은 지난해 1조85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앞으로 3년 안에 그 세 배인 3조4000억 달러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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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내 기업과 정부도 DX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SDS는 인공지능(AI)·블록체인·클라우드·데이터분석·보안 등을 기반으로 기업의 디지털 수준 진단부터 컨설팅까지 연계되는 ‘DTA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독일 지멘스는 통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트’로 기업의 DX를 지원한다. 티노 힐데브란트 지멘스 부사장은 “DX를 통해 제조업체 자재비를 50% 절감하거나 인프라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을 30% 감축하는 등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법을 제정하고, 디지털전환위원회를 설립했다. DX 연구개발(R&D)에 2025년까지 610억원을 지원한다고도 밝혔다. 무역협회는 2021년 ‘DX추진실’을 새로 만들었다. 무협 관계자는 “DX가 곧 기업의 경쟁력과 연결되는 시대”라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전환은 왜 DX라 부르나?
디지털전환을 영어로 하면 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영어권에서는 X를 Trans, Cross 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줄여서 DX라고 지칭. 일부 기업들은 이를 그대로 줄여서 DT라고도 쓰는데 결국 모두 똑같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