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B는 "게르시코비치는 미국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며 "미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게르시코비치의 불법 활동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의 혐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의해 구금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32). WSJ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발생했다. AP통신은 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WSJ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FSB가 제기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우리의 믿음직하고 헌신적인 기자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게르시코비치 기자의 안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그의 가족과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부터 러시아를 취재한 게르시코비치 기자는 WSJ 합류 전 AFP 모스크바 지국에서 일했고, 이전엔 영어 뉴스 웹사이트인 더 모스크바 타임스의 기자였다. 그는 최근까지 주로 러시아 정치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취재했으며, 이번 주 초에 송고된 그의 마지막 기사는 서방 제재에 따른 러시아 경제 둔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게르시코비치의 부모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러시아 출신이란 보도도 나왔다.
언론 단체와 언론인들은 게르시코비치의 구금 소식에 충격과 우려를 표명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보복으로 보이는 행위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언론인이 표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모스크바 지국장 맥스 세든은 소셜미디어에 "훌륭한 기자이자 친구에 대한 러시아의 터무니없는 간첩 혐의에 대한 끔찍한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썼고, 워싱턴포스트(WP)의 러시아 특파원 프란체스카 에벨은 "이런 (러시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